육체의 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정신의 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근육 피로에 마사지가 효력 있듯이, 정신 피로에는 음악이 마사지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아름답고 사랑스런 선율의 곡으로, 하루의 피로를 잊고, 아름다운 자연과 즐겁고 생기 넘치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 지친 심신에 최적의 마사지 효과를 준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신안정제로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바흐 음악이 효과적이다. 바흐음악에는 신비로움 외에도 잘 짜인 구성과 안정된 음감을 가졌기 때문에 불안감 해소에는 아주 적격이다. 특히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2악장은 아름다운 선율에 서정미가 넘쳐 심신을 친근하게 감싸준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불안감이 사라지고 마음은 평안을 찾는다.
좌절과 소외감은 생의 의욕을 빼앗고 쉽게 절망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이다. 감동은 인간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의욕을 되찾게 하기 때문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을 들으면서 힘차고 웅장한 스케일의 환희에 감동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 곡에서 삶의 투지와 용기가 수혈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슬픔은 일의 의욕과 삶의 의지를 떨어뜨리지만,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더 성숙하고 강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슬픔은 나쁘지만은 않다. 슬픔에 싸였다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소나타’나 ‘합주협주곡’ 2악장을 들어라. 슬프도록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슬픔을 극복하는 의지가 재생되기 때문이다.
심리상태는 혈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면 혈압이 오른다. 이를 낮추는 방법은 물론 긴장을 풀고 흥분과 화를 진정하는 것이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어린이의 순수한 동심을 담은 아름다운 피아노곡이다. 워낙 유명해서 여러 악기로 편곡 연주되는데, 특히 첼로 연주곡을 들으면, 차분하고 평온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분노와 욕구불만이야말로 자신을 망치고, 건강을 해치는 나쁜 요소다. 분노와 불만이 쌓이면 공격적인 충동이 생기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폭발해 버리고 만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로 족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분노와 불만은 그때그때 해소해야만 한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음울하지만 처마 끝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피아노로 표현한 이 곡은 상기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그만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병 중의 하나가 위장장애다. 그래서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은 ‘문명병과’ 소속이다. 소화기능을 돕는 음악으로는 정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실내악이 좋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송어’ 중 4악장은 역동적으로 헤엄치는 송어의 모습을 표현한 주 멜로디를 테마로 하여, 6개의 변주곡으로 연주하는데, 장(腸)과 소화기능을 돕는 음악으로 권할 만하다. 통증이 심한가. 통증에서 다소나마 벗어나려면 템포 있는 곡을 택한다. 베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Moonliight)’ 중 3악장은 베토벤의 청춘의 정열과 아울러 괴로움을 담은 곡으로, 빠른 템포 속에서 고통을 잊게 하는 힘을 가졌다. 내포된 집중력 때문이다.
음악이 어떤 자극에 동조하여 그것을 덮어 감추게 하는 것을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라 하는데, 이 효과를 통해 고통을 희석시키고 다소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몸은 피곤한데도 정신은 맑고, 혹은 정신적 공황의 패닉(panic) 상태로 잠을 설친 경험은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두 번 있다. 충분한 숙면은 내일을 위한 활력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만성피로로 인한 각종 사고와 질병을 유발된다. 쇼팽의 ‘야상곡’은 제목처럼 밤을 위한 음악으로 로맨틱한 피아노의 선율이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한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도 긴장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온함을 주는 평화로운 음악이다.
긴장, 흥분, 분노, 좌절, 스트레스, 우울함, 불안감, 공포, 슬픔 등 마음을 지치게 하는 정신적 장애 요소들은 마음속으로 의식하면 할수록 오히려 증폭되고 만다. 따라서 ‘흥분하지 말자’라든지 ‘긴장하지 말자’라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려는 자각의지를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을 들으면 음(音)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어 상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한 자극이 되어 변화된 표정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음악요법이다. 그러나 증상에 따른 처방이 각기 다르듯이 심리상태에 따른 음악의 선곡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이 곡이 현재 나에게 정말 맞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