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은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한 헨델(Frideric Handel, 1685~1721)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꿈 이야기를 음악화한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해마다 성탄이 다가오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듣는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서든 쉽게 들려오는 즐겁고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도 좋지만, 크리스마스에 듣는 헨델의 ‘메시아’는 크리스천인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곡으로 손꼽히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총 3부 53곡으로 구성된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합창곡이다. 1부 ‘예언과 강림’, 2부 ‘속죄와 수난’, 제3부 ‘부활과 미래의 영광’은 성경의 신약부분을 축소한 의미를 지녔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고난, 부활과 영광의 찬양을 담고 있다. 오라토리오(oratorio)는 ‘작은 예배당(oratory)’이란 말에서 온 것인데, 교회의 대예배실이 아닌 부속건물 혹은 기도소에서 노래한 음악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 예식이 있는 날 저녁이나 특별한 행사 때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훗날 개신교에서도 즐겨 연주한 것은 오라토리오가 예배의식과 관련된 음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하나님을 두려움의 존재로 생각하는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을 향한 강한 강박관념과 목적의식으로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수많은 종교음악을 남긴데 반해, 바흐와 동갑내기인 헨델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종교관을 지닌 음악가였다.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관현악곡과 오페라 등으로 50여년 거주한 영국에서 왕실의 인정을 받고 대중의 인기도 얻어 성공을 이룬 뒤에 위대한 종교음악을 만들기를 소망하였으며, 간절한 기도 속에서 이 곡을 준비했다. 23일 동안의 짧은 작곡 기간 동안 무서운 속도로 열정을 다하여 완성하였으며, 이 곡을 작곡하는 동안 하나님을 보았고, 하나님이 함께하였다는 신앙적 체험을 고백하기도 하였다. 헨델이 한참 작곡에 열중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 그의 하인이 커피와 아침식사를 들고 그의 방에 들어섰을 때, 헨델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슬픈 아리아 곡들을 작곡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헨델이 울면서 작곡했다는 제23곡 ‘주는 세상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를 들으면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총 53곡 중 절반 이상이 합창곡으로 합창음악의 진수를 들려주는 ‘메시아’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서창과 이중창의 아름다움과 합창의 웅장함, 이들의 환상적인 조화로움이 경이감마저 준다. 여기에 53곡 하나하나의 가사가 주는 은혜로움이 천재적인 창조성과 아름답게 결합되어 성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초연은 작곡한 다음해인 1742년 4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있었다. 음악회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듬해 1743년 런던에 입성하여 연주할 때, 참관했던 영국 국왕 조지 2세가 제2부 서두에 나오는 44곡 합창 ‘할렐루야 코러스’에서 감격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자 모두가 함께 일어섰으며, 이후 이 부분이 연주될 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건하게 서 있는 전통이 세워지게 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메시아’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비함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는 작곡가 헨델의 고백처럼 자신의 능력이 아닌 성령의 임재와 체험 속에서 단시간에 초인간적인 힘으로 작곡한 배경 때문인 것 같다. 전 3부 약 2시간 반이 소요되는 대작을 그는 제1부를 7일간, 제2부를 9일간, 제3부를 7일간에 작곡했다. 56세 때인 1741년 8월22일 착수하여 9월14일에 탈고하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능력과 천재성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성령의 체험을 고백했던 헨델은 이후 공연에서 얻은 수입 모두를 자선사업에 기부했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는 또 자신의 많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실제로 이 작품은 신약성서를 기초로 하고 있으나, 그리스도의 일생을 서사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기보다는 구세주 그리스도의 존재를 감동 깊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장소를 초월하여 교회보다 연주회장에서 더 많이 연주되는 보편적인 음악이 되었으며, 전세계적으로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성탄절 음악이 되었다. 해마다 성탄절을 즈음하여 곳곳에서 메시아 공연을 볼 수 있는데, 2시간이 넘는 대작이므로, 전문 성악가가 등장하여 전곡을 연주하는 대공연부터 일부 발췌 공연하는 소규모 공연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음반 또한 수많은 종류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토론토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캐서린 배틀(Catherine Battle), 베이스 사무엘 래미(Samuel Ramey)가 연주하고, 앤드루 데이비스가 지휘한 음반이 반갑게 느껴진다. 특별한 음반으로는 존 엘리엇 가디너의 지휘로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쉬 바로크 관현악단이 협연한 음반을 꼽을 수 있다. 가디너의 연주는 인원수를 줄이고, 바로크 시대의 고악기를 사용한 획기적인 연주로 웅장함보다는 지적이고 섬세하게 헨델 음악을 연출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한때 모국에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1년중 성탄절과 12월31일만은 통행금지가 해제된 적이 있었다.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한다고 뜻도 이유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방탕하였던 아픈 역사를 40대 이상의 한국인은 기억할 것이다. 통행금지라는 억압과 제한은 역사 속에 사라진 지 오래지만, 마치 아무런 의미 없이 전해오는 풍습처럼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과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거리를 헤매며 흥청망청 시간을 소모한다. 상업주의와 향락문화가 만연되면서 세상적인 욕심과 욕정들로 성스러운 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때, 들어야 하는 음악이 ‘메시아’다. 20여 년 전, 필자도 역시 성탄 전야에 들뜬 마음으로 명동의 거리를 배회하다가, 한 교회에서 음악소리를 듣고, 호기심으로 들어가 헨델의 ‘메시아’ 연주를 처음 들었다. 그때 그날의 감동과 감격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래서 해마다 이때쯤이면 헨델의 ‘메시아’ 공연장을 찾아 나선다. 헨델의 ‘메시아’는 성탄의 참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감동과 감격이 있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최상의 곡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 mikesong0713@yahoo.com 캐나다 한국일보
발행일 :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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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은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한 헨델(Frideric Handel, 1685~1721)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꿈 이야기를 음악화한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해마다 성탄이 다가오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듣는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서든 쉽게 들려오는 즐겁고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도 좋지만, 크리스마스에 듣는 헨델의 ‘메시아’는 크리스천인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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