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난 2년 4개월여에 걸친 ‘푸드토크’의 1막을 마감하고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처음에 보잘 것없는 솜씨와 변변찮은 글솜씨로 시작할 때만 해도 1년 정도만 채워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동포 여러분들께서 성원해 주시고 격려와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면서 여기가지 왔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나 생각해 보았는데 더 좋은 글과 음식으로 여러분을 만나려면 이제 잠시 쉬면서 재충전한 후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진행하면서 몇가지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국 땅에 살다보니 제철 음식재료가 부족하고 워낙 내륙지방이다 보니 싱싱한 해산물도 부족해서 원하는만큼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둘째,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남자라는데 놀랐습니다. 원래 남편들께서 많이 읽으시고 집에서 아내들을 도와주십사하는 소망이 있었는데 많이 읽으셨으니 소원의 절반은 이룬 셈입니다. 이제 행동으로 옮기시는 일만 남았지요.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내도 똑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가사분담을 안해 준다면 여자들만이 겪는 고통이얼마나 크겠습니까?
셋째, 이민온지 오래 되신 분들께선 전통적인 한국음식 요리법을 많이 잊으셔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짬뽕(뒤섞인) 음식을 많이 만드시더군요. 그 분들께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격려전화 주시고 만날 때마다 고마워하셔서 제가 오히려 부끄러운 적이 많았습니다.
넷째, 온타리오주 일대를 다니며 한국인 음식점들을 접해보면 어느 곳이든 개성이 없고 그맛이 그맛인 점이 안타깝더군요. 한국음식 고유의 조리방식이나 상차림을 제대로만 해줘도 동양의 신비나 호기심으로 많은 캐네디언들의 호감을 살터인데 일식, 중식 모두 뒤섞어 제대로 된 한국음식 전문점이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음식은 진정한 건강 밥상
한류의 열풍이 불면서 이곳도 중국인들을 위시해 캐네디언들이 한국음식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식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 음식이 감자탕, 칼국수, 순두부 등인 것 같은데 좀 제대로 된 한정식 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물론 재료구입에 어려움이 있겠지만요. 한정식을 대하는 외국인들은 그 화려함과 다양함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음식들 하나하나가 건강을 생각해서 정성없이는 만들어 질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 호평받습니다.
실제로 한정식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음식입니다. 왕실을 없애면서 궁중의 수랏간 조리상궁들, 또 대령숙수(외인으로 궁중연회에 음식을 만들어 주던 남자 요리사, 지금으로 치면 출장요리사)들이 하나 둘씩 요리집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 원조는 궁내부 소속으로 고종의 총애를 받았던 ‘안숙환’이란 분이었는데 궁내부가 사라지면서 휘하의 숙수들을 이끌고 1908년에 ‘명월관’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이 요릿집은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곳인데 구시대의 정치는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궁중요리의 진수를 담아 차려내는 음식을 통해 일반인들이 궁중요리에 맛을 들였고 이것은 전라도를 통해 발전된 남도 한정식과 고려시대의 화려했던 음식문화를 계승해온 개성 한정식으로 크게 대별되며 1970년대까지 발전되어 왔습니다. 남도식은 칼칼하고 짭조름한 맛들이 특징이며 다양한 농수산물들로 만든 남도 양반들의 정서가 살아 있습니다. 반면 개성식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격식이 엄격한 궁중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내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한정식은 요즘 점점 차려내는 방식을 달리해 서양식을 따라 애피타이저를 위시한 찬음식으터 더운 음식, 가벼운 음식으로부터 중후한 음식까지 내어줌으로 외국인들에게 호평받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네 서민 가정의 밥상을 건강한 밥상으로 차리자는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게로 인스턴트 식품으로 아이들을 먹이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살리는 밥상이 아니라 죽이는 밥상입니다.
아이들은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지극히 수동적입니다. 엄마의 손맛이 아이의 건강을 좌우하고 평생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주부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우리집 밥상에 무엇이 주로 올라오는가를 면밀히 검토하여 소시지, 햄 등의 가공식품, 전이지방이 많은 튀김류 등은 철저히 배제하고 채소, 등푸른 생선, 기름없는 살코기, 과일 등으로 바꾸고, 우리나라 특유의 건강장수식품인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건강밥상’은 서양식이 아닌 ‘진정한 한식’이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생명을 살리는 건강밥상’에 관해 더욱 연구하고 독자와 다시 만나겠습니다.
그동안 건강으로 지켜주신 하나님게 영광 돌리고, 매주 코치 겸 새로운 음식을 먹어주느라고 고생한(?) 아내와 자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끝까지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건강을 위한 사찰음식 이야기
캐나다에선 한국과 같이 깊은 산사(山寺)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으므로 사찰(절) 음식에 대해 언급할 기회를 엿보던 참이었습니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사찰음식은 암,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성인병이 만연한 현대에 돌아보아야 할 귀한 음식입니다. 심산유곡에서 심신수련하며 사찰음식을 드시는 스님들이 장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찰음식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국, 밥, 죽, 김치, 나물 및 무침, 조림, 볶음, 찜, 튀김 등 종류도 다양하며 간식으로도 쑥개덕, 송편, 호박떡, 메밀떡 등 다양한 떡종류와 율무, 찹쌀, 콩, 깨, 송홧가루, 등을 사용한 다식, 철따라 나는 꽃을 이용한 음식 등 가짓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절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파, 마늘, 부추, 달래 등 자극적인 맛이 나는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담백합니다. 또 인공조미료 대신 들깨, 다시마, 버섯, 날콩가루 등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므로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사찰음식은 현대인의 질병치료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절에서 쓰이는 재료는 모두 천연의 약리작용을 갖고 있습니다. 승려들은 거의 양약을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약리작용을 하는 산약초와 채소를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절에서 즐겨 먹는 밑반찬인 산초장아찌는 구충제 역할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합니다.
유명한 절마다 이름을 자랑하는 고유한 음식들이 있는데 지리산 화엄사의 죽순나물과 갓김치, 김부각. 여천 흥국사의 머위당, 쑥떡. 수원 용주사의 국화전과 두부소박이 등입니다.
사찰음식은 오랜 세월 전통의 손맛을 엄격한 규율을 통해 전해 내려 왔기 때문에 역사적 가치도 큽니다. 또 제철에 나는 신선하고 다양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식재료가 부족한 겨울을 대비해 김치나 장아찌류가 발달했습니다. 사찰음식중 가장 중요한 영양재료는 ‘콩’입니다.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는 스님들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은 콩이므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발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도 합천 해인사의 건강식훈(健康食訓)을 소개 드립니다. 해인사의 건강식훈(健康食訓)
*소육다채(小肉多菜) : 육식은 적게하고 채소는 많이 먹는다.
*소식다작(小食多嚼) : 식사는 적게하고 잘 씹는다.
*소염다혜(小鹽多醯) : 소금은 적게, 식초는 많이 쓴다. 나물 무칠 때 소금을 적게 쳐도 식초를 좀 더 낳으면 간이 맞는다.
*소당다과(小糖多果) : 설탕은 적게 먹고 과일을 많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