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캐네디언로키(Canadian Rockies)를 다녀왔다. 4개 국립공원(Banff, Jasper, Yoho, Kootnay)으로 구성된 로키를 4년 연속 다니고 나니 산 속을 어느 정도 알 것만 같다. 지난 3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배낭을 메고 험준한 산과 깊은 계곡을 누비면서 산 속에서 야영을 하는 본격 백패킹 하이킹(backpacking hiking)이었다.
7월25일부터 8월2일까지 9일에 걸친 이번 일정은 6일간 밴프국립공원 내륙의 일부를 통과하는 백패킹을 한 다음 나머지 3일은 대륙횡단 국도(Trans Canada Highway) 옆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Lake Louise Village)에 있는 캠프장에 머물면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와 레이크 모레인(Lake Moraine) 일원의 3개 코스(Plain of Six Glaciers, Valley of Ten Peaks, Paradise Valley & Giant Steps)를 차례로 등정했다.
참가대원은 토론토의 하이킹클럽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회원 11명. 한 그룹의 최대인원이 10명에 캠프사이트는 5개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필코 참가를 원하는 회원 11명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부득이 2개조로 나뉘어 같은 코스를 신청했다. 첫 그룹은 7명에 캠프사이트 3개, 두 번째 그룹은 4명에 캠프사이트 2개.
오지(backcountry) 캠핑 예약은 출발일로부터 3개월부터 할 수 있기 때문에 4월25일 아침 9시(Mountain Time)에 참가대원 11명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휴대폰을 쉴 새 없이 누른 결과로 2개 그룹 모두 같은 캠핑일정을 예약할 수 있었다.
백패킹은 밴프 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선샤인 스키장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힐리 크릭(Healy Creek)→이집트 레이크(Egypt Lake)→볼 패스 정션(Ball Pass Junction)→섀도우 레이크(Shadow Lake)→트윈 레이크(Twin Lakes)→비스타 레이크 전망대(Vista Lake Viewpoint)→붐 레이크(Boom Lake)→테일러 레이크(Taylor Lake)→대륙횡단 국도변 주차장에서 끝나는 코스를 택했다
6일 동안 먹을 음식물과 캠핑장비들이 든 20kg 정도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힐리(Healy·해발 2,330m) ◆휘슬링(Whistling·2,300m) ◆기븐(Gibbon·2,300m) ◆마운트 벨(Mount Bell·2,500m) 등 4개의 험준한 고갯길(pass)을 넘어야 했다. 총 길이 58km이니 하루에 약 10km를 걸은 셈이다.

밴프국립공원 측에서 권장하는 코스는 선샤인 스키장에서 출발하여 93번 도로 옆 비스타 레이크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40.4km이나 추가로 붐 레이크 옆을 지나 험준한 고갯길을 넘어 테일러 레이크까지 가는 루트를 추가함으로써 엄청난 고생을 자초하게 됐다(93번 도로는 대륙횡단 고속도로에서 쿠트니(Kootenay)국립공원으로 넘어가는 산간도로다).
붐 레이크 트레일에서 테일러 레이크로 넘어가는 코스는 길 표시가 명확하지 않다는 안내판(No Well-Defined Trail Available)이 세워진 곳에서 시작된다. 급경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다다랐을 때 대원 모두 초주검이 됐다. 마운트 벨(2,910m)의 옆구리를 끼고 도는 트레일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수일간 간헐적으로 내린 비로 늪지대를 지날 때면 트레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떤 구간에서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길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늪지대라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더욱 고생을 했다. 아침 9시경에 출발한 일정이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이날 목적지인 테일러 레이크 캠핑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백패킹 루트 중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은 선샤인 스키장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힐리 고개를 거쳐 이집트 레이크까지 이어지는 12km 구간. 이 구간은 당일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우리 일행은 스키장 파킹장에서 5.5m 떨어진 힐리 크릭 캠프장에서 1박을 했다. 이날 이른 아침 토론토를 출발, 캘거리공항을 거쳐 전세버스 편으로 정오경에 스키장 파킹장에 도착한 때문이다.
힐리 크릭 캠프장을 벗어나 언덕길을 올라서면 울긋불긋 아름다운 야생화로 덮여있는 고산초원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다녀본 로키 백컨추리 구간 중 야생화가 이처럼 많이 피어있는 곳은 만나지 못 한 것 같다.
로키하이킹에 처음 참가한 어느 여성대원은 산사모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천상의 화원이라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이집트 레이크로 향해 가는 길에 마주친 끝없이 펼쳐진 야생화 화원의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집트 레이크 캠프장 주변에는 국립공원 산림감시원(warden)의 숙소(cabin)와 밴프국립공원이 관리하는 두 개의 셸터(shelter) 중 하나가 있다.
침실 두 개에 취사장이 하나 있는 셸터에는 통나무 장작을 사용하는 난로가 있다. 이번 구간 어디에도 캠프파이어(campfire)가 허용되지 않는 터라 셸터 밖에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워든 숙소에서 서남쪽으로 300m 거리에 있는 셸터의 색깔은 초록색이고 감독관 숙소는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셸터는 최대 12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룹은 하룻밤에 최대 10개의 스페이스까지 예약할 수 있다.
셸터 예약은 캠프장 사용에 필요한 윌더니스 패스(Wilderness Pass: 하룻밤 9.80달러) 외에 6.80달러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이외에 환불되지 않는 예약비 11.70달러가 추가된다. 예약을 변경할 때에도 새로 예약하듯 11.70달러를 물어야 한다. 셸터 사용은 최대 3일까지만 허용된다.
이집트 레이크 캠프장에서 두 번째 밤을 지낸 일행은 이집트 레이크, 스캐럽 레이크(Scarab Lake), 마미 레이크(Mummy Lake) 등을 차례로 구경하면서 휘슬링 패스를 넘었다. 2,330m의 고갯길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간밤에 온 비로 젖은 텐트를 말리려는데 다시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소나기가 한 줄기 내렸다.
고개 정상에서 돌길을 따라 휘슬링 계곡으로 내려갔다. BC주 쿠트니국립공원 구역에 속한 헤이둑 봉우리(Haiduk Peak·2,919m)가 왼편으로 보이고 그 아래 헤이둑 레이크(Haiduk Lake) 옆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이날의 목적지인 볼 패스 정션 캠프장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2.7km 가면 볼 패스가 나온다. 이 고개를 넘으면 쿠트니국립공원 구역이다.
볼 패스 정션에서 세 번째 밤을 보낸 일행은 다음날 아침 섀도우 레이크와 기븐 패스를 지나 트윈 레이크 캠프장에 도착했다. 이 지역 일대에서 가장 높은 마운틴 볼(Mountain Ball·3,311m)을 수원(水源)으로 하는 섀도우 레이크가 있고 그 옆 고지초원 위에 숙박시설인 로지(lodge)가 있다.
여러 동의 캐빈이 있는 이 로지는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와 연결되어 있다. 밴프에서 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하이웨이 선상에 이곳으로 들어오는 입구인 파킹장(REd EArth Creek Parking lot)이 있다. 파킹장에서 로지까지는 약 14km.
글·사진 김운영 기자
일정
(1) 7월25일
Sunshine 스키장 주차장 → Healy Creek Campground(E5): 5.5km
(2) 7월26일
Healy Creek → Egypt Lake(E13): 7km
(3) 7월 27일
Egypt Lake → Ball Pass Junction(Re21): 8.7km
(4) 7월28일
Ball Pass Junction → Twin Lakes(Tw7): 12.1km
(5) 7월29일
Twin Lakes → Taylor Lake(Ta6): 18.2km
(6) 7월30일
Taylor Lake → Trans Canada Highway: 6.3km
(7) 7월31일
Lake Louise Campground → Plain of Six Glaciers: 14.6km(순환)
(8) 8월1일
Lake Louise Campground → Valley of Ten Peaks: 19.4km(왕복)
(9) 8월2일
Lake Louise Campground → Paradise Valley: 20km(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