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강원 원주 태봉초등학교 18일 경북 청송 대전초등학교와 19일 충북 괴산 명덕초등학교를 들르기 전 기자는 강원도 치악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원주의 태봉초등학교를 방문, 영어과외수업 공개강좌를 참관했다. 원어민 영어장학생 프로그램인 토크(TaLK)의 수업현장을 직접 본 최초의 학교다.
앞서 두 학교의 방문은 캐나다출신 토크장학생들을 만나보기 위한 단독방문이었지만 원주 태봉초등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캐나다의 2명 등 북미의 토크 명예홍보위원 9명을 위한 영어수업 단체 참관이었다.
12일 홍보위원 위촉식과 홍보방안 토의에 이은 태봉초등학교 영어수업 단체참관은 토크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강원도 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마련한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원주 시내 46개 초등학교 중 토크장학생이 배치된 4개교 중 2개를 추천, 국제교육원으로 하여금 선택케 했다.
영어수업 참관을 원주로 간다기에 내심 너무 기뻤다. 원주는 마음의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두 번의 겨울방학을 치악산 기슭 구룡사(九龍寺)에서 지내면서 산사(山寺)와 겨울산에 대한 매력에 듬뿍 빠지게 됐다. 등산취미는 이곳에서 발단되었다고 볼 수 있다. 60년대 구룡사에서는 사찰 옆 빈터에 학생공부방을 지어놓고 하숙생을 모집한 적이 있다. 고시준비생들이 주고객이었다. 가난하던 시절 구룡사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절이 이 같은 공부방을 운영하여 부족한 재정을 메워나갔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 찾아간 원주는 너무나 많이 변했다. 원주 북쪽 외곽 태창2동에 자리잡은 태봉초등학교 옆에는 주택공사에서 지은 아파트가 즐비하고 인구 또한 30만이 넘어섰다. 백두대간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백산맥의 서남쪽에 자리잡은 원주는 인접 치악산이 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구룡사 옆 마을의 토종꿀 단지도 도시화에 밀려 사라진 지 오래됐을 성싶다. 이곳을 혼자 왔더라면 치악산 정상은 그만두고라도 구룡사까지는 다녀올 수 있을 텐데….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한 태봉초등학교는 2002년에 개교한 고작 7년 역사에 불과한 학교지만 다른 농·산·어촌 초등학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학급 수와 학생이 많다. 37학급에 학생 수가 1,230명에 달한다.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방과후 원어민 영어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도 상대적으로 많다. 신청자는 3학년 55명, 4학년 45명, 5학년 36명, 6학년 37명 등 총 173명이다.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토크장학생만이 아니다. 강원대 영문과 출신인 백소희 교사 등 영어전담교사가 2명이나 된다. 영어전담교사들은 정규시간을, 토크장학생은 방과후 수업을 맡는다. 영어 정규수업은 일주일에 5학년과 6학년은 2시간, 3학년과 4학년은 1시간으로 배정되어 있으나 3학년과 4학년도 내년부터 2시간으로 늘어난다.
토크장학생은 미국에서 온 대니얼 박(20)군. 서던아칸소대(Southern Arkansas University) 2학년에 재학 중인 박군은 토크 1기생으로 오는 8월까지 이 학교에 근무한다.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한국방문이 이번이 3번째라 한국물정에 조금은 익숙한 편이라는 그는 허락만 된다면 근무기간을 연장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1년 이상 연장은 불가능하다.
박군의 방과후 수업을 돕는 한국대학생은 원주의 상지대 생명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송지연 씨. 일주일에 3번 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돕는다. 원어민학생 1명에 한국대학생 2명이 한 조를 이루는 학교도 있다.
지연씨는 사스카추완과 토론토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하다가 2년 전에 돌아와 상지대에 복학했기 때문에 영어구사력이 뛰어나고 영어지도 경험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니얼군보다 나이도 많고 또한 더 적극적인 성격이라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듯했다.
이날 공개수업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외국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하는 자리라 영광스럽다는 심춘택 교장은 "오늘 공개수업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왔지만 미숙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 홍보위원께서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수업은 북미 홍보위원 외에 국제교육원 영어교욱지원부의 이택용 팀장, 서영희 교육연구사, 강원도교육청 최승명 장학관, 원주교육청 김혜영 장학사 등이 참관한 자리라 나이 어린 대니얼군에게는 몹시 부담이 되는 듯했다. 실제로 그는 공개수업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필요한 어휘를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절반 잘라 참관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참관인 모두는 오후의 시장기를 면할 수 있었다. 대니얼군은 수업을 마친 후 간담회를 통해 "너무나 긴장해(nervous) 수업을 계획했던 만큼 진행하지 못 한 것이 아쉬웠다“고 고백하면서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택용 팀장은 “이 학교 영어전용교실의 학습기자재와 설비는 서울의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피력한 후 “토크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1년에 접어들면서 일선학교와 해당교육청에서 어떤 애로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으니 애로사항을 기탄 없이 피력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북미홍보위원들은 느낀 소감과 학교와 토크장학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피력한 후 그 내용을 글로 남겼다. LA 인근 어바인시티의 시의원인 최석호 박사는 “지방학교가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수업을 지루하기 않게 실습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운영 기자
캐나다 한국일보
발행일 : 2010.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