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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준(51) 사장은 주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80년대 이전 이민자들이 다 그랬듯 그도 맨손으로 시작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편의점 3개와 비디오도매회사 1개. 83년 달랑 500달러 들고 이민와 어머니가 수십 년 일해서 벌어놓은 꼬깃꼬깃한 돈 1만5천 달러를 밑천으로 일궈낸 성과물이다.

우선 그가 운영하는 심코 편의점 'BJ컨비니언스‘ 규모를 보자. 현재 면적은 4,050평방피트. 지방이라 널찍하게 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규모는 지금까지 봤던 어떤 편의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가운데 딱 절반이 ‘비디오99’이고 나머지 절반이 편의점이다. 그럼 매출 비중은?
“비디오 빌리러 오거나 반납하러 와서 그냥 가는 손님 거의 없어요. 껌이라도 한 개 들고 가지요.”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양쪽 비중은 50 대 50. BJ컨비니언스와 비디오99는 샵인샵이라기보다 균형 잡힌 복합점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전체 매출을 묻자 박 사장은 아주 난감해 한다.

“주 2만 달러는 넘지요?” 고개를 끄덕인다. 3만 달러는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 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주매출 3만 달러 가까이 된다면 최상급 편의점이다. 이런데도 비디오가게를 사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 사장이 비디오 복합점포를 시작한 건 20년 전. 83년 캐나다에 와 남들 다하는 편의점 헬퍼로 일했고 86년엔 브램튼에서 조그만 가게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이왕 할 거라면 가능성 있는 곳에서 인생을 걸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89년 브랜포드 지나 먼 시골구석에 불과한 심코로 발길을 돌렸다. 우연찮게 망해가던 편의점을 소개받았다. 9월에 가게 문을 새로 열었고 이어 10월 비디오 30개로 이른바 샵인샵을 시작했다. 20년 비즈니스 대장정의 시작은 이렇게 초라했다.

영화는 참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비디오전문점이 편의점보다 훨씬 권리금이 높은 시절이었다. 비록 구석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비디오 장사였지만 아주 잘 됐다. 돈을 버는 족족 비디오 사는 데 재투자했다. 90년대 중반까지 꽤 돈을 벌었다. 옆 공터에 건물을 증축해 가게를 늘릴 거창한 청사진까지 세워 놓았다.

호사다마(好事多魔). 99년 5분 거리에 블록버스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건 죽음이다. 블록버스터는 대도시를 휩쓸고 중소도시 비디오대여점까지 초토화시켰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비디오 대여사업을 접느냐, 아니면 버티느냐.

지난 10여 년 노하우가 아까웠다. 정면승부. 제 무덤을 판다는 듯한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 증축을 밀어붙였다. 값을 블록버스터 절반으로 쳐내는 대신 대여기간을 2일로 줄였다. 몇 달이 지났다. 블록버스터와 박 사장 가게 중간에 있는 비디오 전문점이 먼저 나가 떨어졌다. 그 다음 하나, 마지막 또 하나마저 문을 닫았다.

이제 선수들만 남아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차례. 고객들은 독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심코 주변 시장을 두 업체가 평정, 사이좋게 양분했다. 비디오업계 공룡 블록버스터와도 무승부를 기록한 것. 지금도 그 팽팽한 균형은 이어지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현재 비디오 2만여 점, 박사장 가게는 1만5천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이 말하는 성공비결. ◆가게 안은 반질반질할 정도로 깨끗하게 ◆전기료 아끼지 말고 실내조명은 밝고 화려하게 ◆껌 하나를 사더라도 인사는 반갑게 ◆세상엔 공짜가 없다.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결코 열매가 없다.

그의 주장은 비디오 대여점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주 신작 영화를 다는 아니라도 절반이라도 들여놓아야 한다는 것. 실제 심코 가게엔 영화와 게임 1만5천 편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진다. 이것만 해도 15만 달러는 족히 된다. 그는 요즘도 매주 신작 영화 300편을 새로 들여 놓는다.

물론 모든 편의점이 이 정도로 비디오에 힘을 쏟을 수는 없다. 한인 편의점은 대부분 영화 수십 편 정도를 전시대 한쪽 구석에 구색 맞추기로 진열한다. 이런 식으론 편의점 장사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천덕꾸러기 신세라는 게 박 사장의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박 사장이 강조하는 비결 두 가지 더. ◆가족 간의 사랑, 특히 부부 금슬이 비즈니스 성공에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 ◆비결 또 하나. 변화, 변화, 변화다. 변화할 게 없으면 상품 배열이라도 자주 바꿔주라고 권유한다. 그래야 손님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다.
비디오로 성공한 그는 도매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조합 형태로 운영되던 ‘비디오99’ 도매상의 모든 지분을 2006년 9만3천 달러에 매입해 1인 소유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인터넷 시대이지만 결코 비디오가 사양산업은 아닙니다. 시대 흐름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양으로 보일 뿐입니다.”

심코 BJ컨비니언스·비디오99 고객관리 컴퓨터엔 무려 3천 명이 입력돼 있다. 심코 인구가 1만 5천 명. 4인 가족이라면 거의 전 인구가 손님으로 등록된 셈. 물론 20년간 누적된 명단이기에 실제 활동 고객은 절반 이하다.

“사실 비디오전문점시대는 끝났지요. 그러나 편의점과 만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요. 영화 1천 편만 갖춰 놓아도 편의점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그는 요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83년 처음 이국땅에 발을 디뎠을 때 도움을 줬던 외삼촌 이범황(70)씨, 그리고 외삼촌의 누나인 어머니. 그들로 인해 오늘의 그가 있게 됐는데, 74세로 아직 한창이어야 할 어머니는 가끔 ‘사랑하는 둘째아들’을 몰라봐 가슴 무너지게 한다고 한다.

조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