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이 골목 저 골목길에 시체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역전 구석진 곳에서는 두세 명의 아이들 시체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풀을 뜯어 죽을 쑤어먹으며 살았습니다. 그 때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 아니, 짐승이 먹는 것까지도 먹고 죽지 않는 것이라면 뭐나 다 먹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세 자식을 나에게 맡기고 중국에 간 딸은 인삼밭에서 인부들의 밥을 지어주다가 어느 날 강제로 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합니다. 아마 인신매매하는 놈들에게 붙들려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일가족이 약을 먹고 동반자살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일들은 독재정치 하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주민들이 울분을 안고 택하는 죽음입니다. 그들이 왜 죽어야합니까. 그들이 죽음을 택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인간 생지옥과 같은 북한에서 지금 당장 살아가기가 어렵고 미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도산홀에서 열린 ‘북한참상 증언·사진전’에 참석한 사람들은 토론토에 사는 탈북자들의 증언과 비디오를 보고 들으며 김정일집단의 폭압정치와 인권유린에 대해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양식을 구하기 위해 떠난 딸을 찾아 중국으로 갔다가 캐나다로 오기까지의 처참한 삶을 울먹이며 털어놓는 한미화(73) 할머니의 절규는 숨을 멎게 한다. 자국민들은 굶겨죽이면서 김일성 시신 관리와 우상화에 연간 수천만 달러를 퍼붓는 북한 지배층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가. 먹을거리 때문에 30대 가정주부는 인신매매단에 팔리고 20대 청년은 피를 팔아 연명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짐승처럼 방목되고 있다지만 짐승에게도 뜯어먹을 풀밭을 마련해주는 것이 인간이다. 김정일집단은 그런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마저 버렸다.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일가족이 약을 먹고 동반자살하는 나라가 21세기에 우리 북녘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하고 부끄럽다.
그런 극한적인 삶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이 땅에 온 사람들이 1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캐나다탈북민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끼리 서로 돕고 생활하며 나아가 김정일집단의 만행을 이곳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또한 한인사회에 도움을 청하기에 앞서 김치 담그기, 산모 및 독거노인 돕기 등을 통해 봉사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곳 사회의 불우이웃도 열심히 돕는 한인들이 한 핏줄을 지닌 동포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들이 자립할 때까지는 힘이 닿는 대로 도와주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고 본다. 본보가 올해 산타펀드 모금액 중 일부를 이들 가정 자녀들을 위해 사용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른 자선단체들도 올 수혜대상에 이들을 먼저 배려한다면 탈북자가정은 생애 처음으로 감동적인 크리스마스를 체험하지 않을까 싶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곳 탈북자들 중 일부가 제3국이 아닌 한국에서 직접 왔다는 이유로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즉 한국정부에서 주는 정착금 등 각종 혜택은 받고, ‘보다 잘 살기 위해’ 캐나다에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를 탈북자들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고 본다. 모국사회에서 얼마나 서러움을 당했기에 이민보따리를 꾸렸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꿈에도 그리던 한국에 왔지만 잘 적응하지 못해 다시 해외로 떠나려는 탈북자들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제 발로 걸어온 동포조차 포용하지 못하면서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치는 것은 이중플레이일 뿐이다.
북한동포뿐만 아니라 근년 들어 이 땅에 많이 정착하는 중국 및 구 소련동포들에게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어느 지역에서 왔건 모두가 같은 민족이며, 앞으로 함께 살아야 할 한식구들이다. 이들이 잘 살수록 한인사회도 부유해지고, 이들이 많이 들어올수록 한인인구도 증가한다. 모국인의 이민감소로 커뮤니티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반가운 뉴스가 아닌가.
탈북민협회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새롭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끔찍하기로 말하면 그 유례가 없을 정도인 북한의 인권 유린문제를 이곳 사회나 캐나다정부에 고발해 이슈화해야 한다. 대포동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북한의 인권유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