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130cm 높이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작은 의자에 걸터앉은 이 소녀는 일본군 성노예로 희생된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당시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화비’로 이름 붙여졌다. 어린 소녀의 소박한 꿈과 희망은 일제의 만행으로 산산조각 났다. 평생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 5명은 소녀상 앞에서 2천여 시위참가자들과 함께 “일본은 반성하라”고 외치며 절규했다. 수요시위는 이날이 1천 번째로 이미 9년 전 500회 때 단일주제 시위로는 최장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saseol.jpg1천 번째 수요시위는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대만 타이베이 등 각국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고 캐나다에서는 유일하게 오타와에서 거행됐다. 오타와 일본대사관 앞 시위에는 80여 명의 한인을 비롯, 중국계 등 총 400여 명이 모여 일본정부 차원의 공식사과와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번에도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20세기 최대의 성노예·인신매매사건에 책임지는 자세는 전혀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 이미 판정을 내렸다. 96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일본정부의 보상을 촉구했고, 2007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의회에서 위안부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캐나다 연방하원(국회)도 그해 11월28일 신민당의 올리비아 차우 의원이 주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차우 의원은 당시 표결에 앞서 “15세 소녀가 납치돼 어깨가 부러지고, 첫날 하루에만 11명의 일본군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처녀였던 이 소녀는 끊임없이 피를 흘렸다”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다.

14일 오타와 시위 참가자들도 이런 ‘소녀’들의 응어리진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왕복 10시간 거리의 새벽버스를 탔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시위가 벌어지거나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65년 한·일협정과 72년 중·일공동성명을 내세우면서 책임문제가 모두 청산됐다며 고개를 돌린다. 이러는 동안 위안부 생존자는 수요집회를 처음 열 당시 234명에서 63명으로 줄었다. 생존자들의 평균연령은 86세. 일본은 이들마저 모두 눈 감기를 기다리는가.

예의 밝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가장 부끄러워하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다른 나라에 저지른 만행에는 어찌 저렇게도 입을 굳게 다무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아직도 패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일본이 경제대국에 걸맞은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참회와 배상이 선행돼야 한다.

역사인식에 대한 일본의 후진성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자. 만약 한국이 가해국이었다면 지금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부끄러운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왜곡된 역사를 다시 쓰고 사과할까. 역사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바로 현재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거의 매일 터지는 비리·사기 사건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곳 한인들도 일본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모금운동 더욱 활성화하려면


올 한 해 한인사회는 기부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예년에 비해 모금액수 뿐만 아니라 동참단체 및 개인들이 크게 늘었고 기부형태도 훨씬 다양해졌다(15일자 A1면). 대지진 피해 일본돕기, 사랑의 쌀 나누기, 산타펀드 등으로 걷혀진 모금액은 총 50만 달러를 훨씬 넘는다. 단체들의 자선행사도 지난달부터 줄을 이어 일반한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특히 조의금 기부문화가 정착됨으로써 다른 기부를 자극하는 촉진제가 된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금년 내내 계속된 실협사태로 눈살을 찌푸리며 한인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날로로 성숙해지는 기부문화를 보면 그래도 한인사회가 진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회 선진화의 척도로 볼 수 있는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하려면 기증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 모금운동을 벌일 때는 급하게 SOS신호를 보내다가 캠페인이 끝난 후에 감사편지 한 장 없다면 기부자의 마음은 어떨까. 물론 기부자들 중에는 이름이 알려지는 것조차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때문에 광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부자들에게 감사하고 자체행사에 초대하는 등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더 기분 좋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게 아닌가.

도움을 받은 자선단체들은 또한 모금내역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부금이 기증자의 의사대로 정확히 사용됐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