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가 않다. 루비니 교수는 “통제 불가능 상태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의 전망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 EU(유럽연합) 26개국이 이른바 ‘신(新)안정성장 협약’에 합의해 재정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재정적자 기준(GDP의 3%)을 어긴 국가에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협약은 결국 회원국들의 긴축을 더 강하게 요구해 유럽은 물론 세계경제가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물론 일본마저 내년에 감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한다.
경제전망이란 현 상태로 가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예측일 뿐이다.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던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조지 소로스는 세계가 5년 이상 공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금도 비슷하다. 소로스는 장기침체를 경고한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낙관적이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론에 사로잡히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3년 전 세계경제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면 지금은 뇌졸중의 전조현상을 앓고 있다. 전조현상을 감지한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의 브릭스(BRICs) 4개국 등 신흥국들은 자금이 넘친다. 4조 달러 이상의 미화를 보유 중인 이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파산을 강 건너 불처럼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로존이 휘청대면 수출에 치명상을 입게 돼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럽위기가 확산된다면 IMF 등 국제기구와 서방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유로존과 함께 공멸하려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지금의 유로존 문제는 치료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놓고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위기의 본질은 경제보다는 정치문제라는 얘기다. 정치문제는 결국 벼랑 끝에서 타협을 보게 마련이다.
때문에 내년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적극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특히 캐나다는 은행의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새해 2~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한인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축인 한국경제가 새해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점도 우리에겐 희망적이다. 지난 몇 달간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도 주목할 일이다. 현재의 경제환경에 연연하기보다는 위기에 맞선다는 당당한 각오를 가지면 결국 위기를 이기게 마련이다.
3대 60여년 세습정권 무사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4시간 후인 17일 낮 12시30분 비행기에 탑승해 이틀 동안 일본에 체류했다. 만일 한국정부가 사전에 알아내지 못한 정보가 ‘김정일 사망’이 아니라 북한군의 ‘대남 기습작전’이었다면 한국은 어찌 됐을까. 생각할수록 아찔해진다.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김정일 사망에 대해 공식 조의를 표하는 문제로 갑론을박 중이다. 수백만 북한주민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희생시키고 북한 전역을 생지옥으로 만든 사람이 죽었는데 ‘북한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기 위해’ 조문을 가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도를 넘은 것 같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폭격 때 희생된 장병들을 조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북한수령이 죽었다고 평양에 가서 조문하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이념 이전에 기본 양식(良識)의 문제다. 북한이이 이런 찬스를를 놓칠 리 없다. 남측의 조문단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새로운 남북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절대권력자가 사라진 북한이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 한국이 위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한 가지 다행스런 사실은 김정일 사망 이후 미국과 중국이 북한정권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바란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북한도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분간은 내부 단속 및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제결속을 위한 의도적 도발이든, 내부 권력투쟁에서의 우발적 도발이든, 한국을 겨냥한 비상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500만 명이 사는 국가의 절대권력이 3대 60여 년에 걸쳐 상속된 역사는 봉건시대가 끝난 후 김일성 일가가 유일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했다. 미국도 현 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는 ‘공식’ 입장일 뿐이다. 세계 현대사에서 유일한 3대 세습정권이, 그것도 29세 청년대장에게 아무런 장애물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는 나라는 없다. 모든 변수를 감안한 한국정부의 신중한 대응과 빈틈없는 위기관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