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온주고등법원 D.M. 브라운 판사의 판결로 지난 2010년 새해 벽두부터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온주한인실협의 ‘막장드라마’가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됐다. 판결문의 주요 내용은 ◆강철중씨 ‘회장 불인정’ ◆새 회장단 및 이사선거 실시 ◆18명 회원 징계 원천무효 ◆실협전무 ‘중립훼손’ 경고 등이다.

지난 2년간 수없이 돌고 돌다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사필귀정이다. 하지만 기쁜 마음보다는 씁쓸하고 허탈한 느낌이 더 든다.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그간 엄청난 돈과 시간, 에너지를 낭비했단 말인가. 한인사회에서 제일 큰 경제단체라는 실협은 이 정도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었던가.

하기야 따지고 보면 협회와 회원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자칭 ‘리더’라는 사람들 때문에 생겼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회원들은 가만있는데 소수의 장(長)들이 온갖 문제와 위기를 스스로 생산해 툭하면 협회를 벌컥 뒤집어놓는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리더들을 잘못 만나면 단체는 물론이고 커뮤니티도 대망신 당한다는 것을 이번 실협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간 실협이 뿜어낸 온갖 매연과 소음을 맡고 들으며 새삼 절감한 게 있다면 원칙과 상식의 소중함이다. 지난 2년 동안 실협에 원칙과 상식이 있었던가. 만약 있었다면 ‘1표만 얻어도 당선’ ‘회장 무제한 연임 가능’ ‘선관위원 맘대로 교체’ 같은 원칙과 상식의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원칙과 상식 파괴는 결국 38년 실협 사상 초유의 ‘신탁통치’를 초래했다. 한때 북미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던 경제단체가 ‘문제아’로 낙인찍힌 것이다. 한인사회가 두 번 다시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실협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이를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가 있는 곳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실협문제도 그 원인과 결과가 있다. 결과를 보고도 문제를 덮거나 봉합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경영에 문외한 내지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덩치가 큰 경제단체를 임의로 운영하려들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기고 회장은 큰 틀과 방향을 잡아주고 ‘교통정리’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과거 실협문제는 거의가 회장이 이런 선을 넘은 데서 비롯됐다.

그리고 원래 실협회장 자리는 무보수 봉사직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무보수개념이 점차 사라졌다. 월급은 받지 않지만 휘발유 값이나 판공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쓴다면 사실상 유급제인 셈이다. 차기회장선거에서는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진지한 토의가 있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을 접한 실협 관계자들이나 한인들 중 상당수는 “회원들의 피땀이 어린 공금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악습을 이번에는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특히 작년 11월 법정관리 이후 강씨 측 변호사비를 공금으로 지출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브라운 판사가 판결문에서 밝혔듯이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공금은 회원들의 실익을 위해 사용돼야지 거액이 변호사비로 지출돼선 결코 안 된다. 추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강씨 개인을 위한 변호사비 지출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원의 개입으로 실협 분규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협회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당장은 망가진 몸부터 추슬러야 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눈앞에 다가온 회장선거부터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만약 이번에 회회장을 잘못 뽑는다면 실협의 앞날은 그야말로 예측하기 힘들다. 회장은 실력보다는 인품 위주로 뽑아야 한다.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원칙을 존중하는 사람, 무엇보다 건전하고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침몰하는 실협호를 구할 수 있으며 ‘새 선장’ 물색에 회원들은 물론 일반한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실협문제는 곧 한인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