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는 말 그대로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하라고 있는 기구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객관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토론토한국노인회 선관위를 보면 과연 중립적이고 공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
이번 노인회 선거기간 중 최대 이슈는 두
후보의 공약이 아니라 선관위의 공정성 시비였다. 비주류인 조영연 후보 측은 ◆선거 직전 유권자 수가 90명이나 늘어났고 ◆선관위가 유권자 명부를
특정후보에게만 주었고 ◆신분증이 없는 유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선관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조 후보 측은 선거가 끝난 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선관위에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인회바로잡기모임’을 만들어 재선거촉구
서명운동에 돌입, 선거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본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정관과 원칙에 따라 실시하고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고학환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조성준 시의원이 회비납부문제로 자격시비에 휘말린 후 전격사퇴하는 해프닝이 일어났고, 선거막판에는 선거인명부 공개문제로 일대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선관위다.
노인회 선관위도 토론토한인회 및 온주실협 선관위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한인회
선관위는 작년 초 회장선거 공고 후에 선거지역 변경, 투표소 증설 등 규정을 바꿔 선거분위기를 혼란에 빠트린 적이 있다. 실협 선관위는 작년
9월 총회 인준 없이 강철중 후보의 무투표당선을 확정·발표해 회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무투표당선’이 결국 실협에 ‘신탁통치’라는
치욕과 악몽을 안겨주는 기폭제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인사회 대표단체들이 하나같이 선거 때마다 홍역을 치르고, 선관위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선거의 주인공은 당연히 후보와 유권자들인데 선거무대에 주인공은 없고 ‘엑스트라’가
판을 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가. 한인사회는 아직도 실협의 ‘신탁통치’에서 아무런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는가.
노인회 선관위는
일부에서 재선거 요구가 제기된 가운데 선거 4일 후인 지난 31일 고 후보에게 당선증을 수여했다. 당선증을 건네주면 그걸로 ‘만사 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렇게 보질 않는다. 앞으로 선관위는 유권자명부의 공개 없이는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이는 고 후보가
회장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큰 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지금이라도 유권자명부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선관위는
유권자명부 비공개에 대해 양측 모두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자 월권이라고 본다. 유권자명부는
선관위 맘대로 주고 안 주고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후보자 모두에게 줘야 하며, 회원들도 원한다면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선관위가 이런 상식적인 문제로 왜 사서 고생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유권자명부를 ‘기밀문서’로 취급해야 할 말 못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선관위가 끝내 공개하지 않는다면 회장당선자가 직접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선자가 유권자명부 공개는 물론, 조 후보
측이 요구하는 내부감사도 받아들인다면 선거를 둘러싼 잡음을 일거에 없앨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명분이 사라진 ‘노인회바로잡기모임’도 간판을 내릴
게 아닌가.
선거가 다 끝난 마당에 어르신들이 두 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재선거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한인
커뮤니티에 정신적 공해가 될 뿐 아니니라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결코 교육적인 모습이 아니다. 특히 금년은 선거의 해로 실협을 비롯해 향군,
축구협회, 블루어BIA 등 10여 개 단체의 선거가 줄줄이 열리는 바, 노인회가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추한 싸움을 벌여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단체를 비판하는 언론에 광고를 싣지 않거나, 고소 운운하면서 위협을 가하는 행태는 결코
재연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인사회에 손을 벌려 모금하고 정부의 지원금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봉사단체가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주안점을
둔다면 한인들의 지원이나 관심도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