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명분도 딱 떨어진다. 한인회 재정 보충을 위해서라는데 여기에 더하고 뺄 말이 어디 있으랴.
29일 한인회이사회는 차기회장 선거일정과 선거세칙을 확정했다. 다른 내용은 볼 것도 없이 그게 그거다.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회장후보 출마 기탁금 5만 달러.
거두절미하자. 이건 아니다. 어떤 그럴싸한 이유를 꿔다 붙인다 해도 한인대표단체가 이런 식의 작태를 보여선 안 된다. 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야지 이런 감정적인 대응은 한인대표기관이 취할 바가 아니다. 굳이 재정을 보충하고 싶다면 차라리 “회장당선자는 5만 달러를 기부해도 좋다”는 권유규정을 만드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다.
이런 결정이 왜 잘못됐는지 모르겠는가? 정말 그렇다면 여기 열거해 보겠다.
첫째, 이런 거액을 내고 출마할 인재가 과연 있겠는가.
이 결정을 유도한 분들이 그동안 해온 말을 필자는 안다. 그들은 1만5천 달러 등록금이 많아 유능한 인재가 회장에 출마하는 데 걸림돌이 되니 등록금을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3배가 넘는 5만 달러라니. 갑자기 왜 말을 바꾸었나.
물론 봉사직이니 살림 넉넉한 분이 기부금 내면서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건 한인회장 자리를 돈으로 사라는 얘기다.
둘째, 이건 누가 봐도 특정인을 겨냥한 감정적 대응이다.
이거야말로 독자 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속된 말로 ‘바가지’를 씌우자는 말 아닌가. 이 정도 중요한 사안을 그동안 한인회 분란을 야기했던 사람들이 다시 결정했다는 건 누가 봐도 온당치 못 하다. 인재를 널리 구하기 위해 문호를 개방하자는 그들의 주장은 구두선이었다.
셋째, 보나마나 이 규정은 또 개정할 게 뻔하다.
이런 고액 등록금 규정으로 매번 한인회장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정신 갖춘 사람이 이런 등록금을 강제로 내며 한인회장 자리를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낮추는 등 손을 봐야 할 텐데 그때는 또 무슨 명분을 들고 나올 것인가.
넷째, 이러고도 어찌 젊은이들을 한인회로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등록금 비싼 건 둘째 치고 법을 자기들 필요에 따라 이현령비현령 뜯어 고치는 이런 마당에 합리적인 젊은이들을 무슨 방법으로 합류시킬 수 있을까. 낯 뜨거워 도저히 그들에게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말을 빙빙 돌리지 말자. 이상훈 회장에게 묻겠다.
이 회장은 현재 한인회장인가 아닌가? 임기가 끝났는가, 지금 계속되고 있는가? 이런 바가지 규정으로 차기회장 출마자가 없으면 언제까지 어정쩡한 상태에서 그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을 것인가?
한인회를 이끌어가는 모든 분들께 묻겠다. 그렇게도 한인회를 사랑했기에 소송비로 3만2천 달러를 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