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LA 이야기다.
그쪽 교민신문의 단골메뉴가 평통 관련 기사다. 선발과정 잡음이 자주 보도된다. 때로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고 때론 사실로 확인되기도 한다. 결론이야 어찌 내려지든 이런 일들은 교민들 간 골을 깊게 한다. 그래서 아예 평통자문위원 심사위원회 구성과 확실한 인선기준, 심사과정을 만천하에 공개한다고 한다.
토론토교민들은 LA에 비하면 양순하기 그지없다. 어지간한 일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만 수군거린다. 그 수군거림이 온당치 못 한 것들도 많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조용한 외침 또한 적지 않다.
이번 평통위원 선발과정을 놓고 또 말이 많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선발기준이 무엇인가? 둘째, 왜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가.
필자는 사실 몰랐다. 평통위원이 어떤 자리인지, 교민사회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지금도 모른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별로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 또한 많은 한인들 역시 평통위원이 무얼 하는 자리인지, 누가 뽑혔는지, 왜 뽑는지 알지 못 한다. 관심도 없다.
LA에서 과거 한때 평통위원 선발시기가 되면 총영사실 앞에 줄을 섰다 한다. 교민이 총영사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다. 다행스럽게도 교민 인식이 예전 같지는 않다. 평통위원에 뽑힌 인사들도 경사 났다고 동네방네 뽐내고 다니지도 않고, 이웃들도 그저 그런가보다 눈만 껌벅인다. 교민사회의 진일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아직도 토론토 교민사회에서 평통위원이 이른바 한국정부 공인 ‘유지급 인사’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또 그 ‘유지급 인사’ 선발과정이 21세기 정보화, 세계화 물결에 비해 지독한 구시대적 유물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먼저 밝혀둬야 할 게 있다. 이번에 임명된 제14기 평통 캐나다동부협의회 위원 60명은 모두 훌륭한 분들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도 포함돼 있다. 행여 이 글이 이 분들에게 누를 끼치기 위함이 아니란 점을 구차하지만 분명히 해두고 싶다.
어쨌든 평통은 추천과정부터 문제다. 영사관 발표에 따르면 후보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을 동포단체 대표라고만 규정했다. 도대체 어떤 동포단체가 추천자격이 있다는 말인지. 이름뿐인 동포단체가 추천할 경우 이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 총영사관은 그 기준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위원 자격도 문제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지도력을 갖춘 인사, 지도급 여성, 미래선도 청년, 민간외교사절 수행인사 등으로 돼 있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자격규정 자체가 평통위원 선발잡음을 필연적으로 불러 오게 돼 있다고 말한다면 필자만의 억측일까?
추천위원회 구성도 문제다. 홍지인 총영사를 비롯, 평통회장, 한인회장, 여성회이사, 노인회장, 재향군인회장, 한인장학재단이사장 등이 추천위원이다. 토론토 한인사회 ‘유지급 인사’ 심사자격을 누가 이들에게 부여했는지. 또 관행이라고 우길 것인가?
평통위원 발표 이후엔 더 문제다. 명단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총영사관은 선발기준에 대한 자세하고도 친절한 안내, 선발과정의 어려움, 문제점 등을 공개하고 교민사회의 양해를 구하는 최소한의 일조차 하지 않는다. 본국 평통본부에 떠밀면 그만인가?
결론적으로 말한다. 평통위원 선발과정이 전혀 투명하지 못 하다. 바로 이런 걸 밀실행정이라 한다. 물론 투명하지 않다고 해서 공정하지 않다거나 결과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결과에 대해 따따부따 따지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 때론 비공개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좀 더 나은 분을 평통위원으로 모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민주주의는 불편하다.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 가운데 최선의 방식이라 불리는 이유는 다수의 불만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평통위원을 선발해 놓고 교민들이 수긍하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시대착오 아니면 교만이다.
덧붙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에 관한 정책을 자문하는 헌법기관이다. 토론토 교민사회 ‘유지급 인사’ 공인 수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