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는 끝났다는데 왜 여전히 먹고사는 것은 힘들까? 언제쯤이나 한인경제에도 햇살이 내리 쬐일까?

지난 23일 캐나다중앙은행은 경기침체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 of Canada)도 29일 캐나다 대부분의 주들이 올해 안에 가시적인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앙은행의 공식발표이니 결코 의미가 가벼울 수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 총재는 말을 아낀다. 앨런 그린스펀이 가장 좋은 예다. 평소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는 그가 입술 한 번만 움직여도 세계경제가 출렁였다. 알듯 모를듯 선문답 같은 한마디를 툭 던지면 전 세계 경제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이 달라붙어 숨은 의미를 캐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침체 정말 끝났나?

모든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 그린스펀 같을 수는 없다. 뒤이어 FRB의장 자리에 오른 벤 버냉키는 솔직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더 화끈하다. 그는 한 술 더 떠 미국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속도로 캐나다경제가 회복될 것이라 단언했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과연 언제나 ‘카니 선언’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올해 안에 2008년 9월 이전의 좋았던 시절을 기대하긴 힘들다. 유종수 전 알고마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선언에 견해를 같이 한다”며 그러나 “바닥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적어도 내년까진 경기가 좋아지는 걸 몸으로 느끼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박수빈 전 칼튼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다. 박 교수는 “카니 총재는 침체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경제회복 즉, 성장이 언제 시작될지 현시점에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를 운용하는 플래어티 연방재무장관도 “아직은 경제가 회복된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신중론을 폈다.

스티븐 하퍼 총리까지 나서서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하퍼 총리는 30일 퀘벡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낙관적인 신호가 있는 것은 알지만 아직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 한가운데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감경기는 언제 좋아질까?

우선 중앙은행 선언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것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지 곧바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흔히 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2번 이상 연속해서 뒷걸음쳤을 때 경기침체(recession)라 표현한다.

캐나다 GDP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3.7%)에 이어 올 1분기(-5.4%)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딱 떨어지는 경기침체다. 중앙은행은 또 올 3분기에 1.3%, 4분기에는 3%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또한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선언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조건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이 정의를 채용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 경제연구소인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GDP뿐 아니라 경제를 구성하는 다른 요인까지 포함해서 경기를 측정한다.

이 연구소 견해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10월에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 미국 경제가 초호황을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또 2009년 상반기에 경기하강이 끝났다고 한다. 다들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바로 그 시점이다.

이처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유종수 교수는 지표경기가 피부에 와 닿으려면 적어도 1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실업문제는 당장 해결이 불가능하다. 실업률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다. 경기가 나쁘다고 곧바로 해고할 수도 없지만 좋아진다고 즉각 고용을 늘리는 기업도 없다. 어차피 실업률은 내년 초까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실업률이 개선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비로소 체감경기도 회복되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한인경제는 언제?

한인경제는 경기보다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는다.

우선 한인경제는 큰 틀에서 캐나다경제와 한국경제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여기에 환율, 유학생, 신규 이민자 유입, 캐나다 유통산업 동향 등 고려해야 할 사회 경제적 요인이 많다. 심지어 불법 담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원도매상 윤용석(54)사장은 요즘 현장 경기를 이렇게 전한다. “경기가 호전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독립편의점에 편중돼 있는 한인경제가 이런 불황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저도 알 수 있습니다.”

유학원을 경영하는 조모(52)씨도 요즘 한인경제 실상을 말해준다. “올해는 최악입니다. 한국도 바닥인데다 원화환율이 한 번 올라간 뒤로 내려올 기미가 없어 학생 수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절반 이하입니다.”

어쨌든 토론토 한인경제는 최악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게다가 불리한 경제외적 요인도 많아 이래저래 우울한 계절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오픈스카이가 효자 역할을 한다. 1,500달러가 넘던 한국 왕복 항공권 값이 최근 800달러 선까지 내려가는 등 캐나다 방문 비용이 훨씬 줄어들었다. 이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값싼 비행기표로 교민들이 대거 한국으로 떠나 한인을 상대로 하는 업소들은 오히려 때 아닌 불황을 겪기도 한다.

또한 부동산거래가 늘어 한인중개인들을 기쁘게 해줬다. 토론토부동산중개인협회(TREB) 자료에 의하면 지난 6월 토론토 기존주택 거래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한 1만955건을 기록했다.

박수빈 교수는 특히 “주택신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말했다. 경기 회복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광역토론토 지역 신축주택 분양물량은 3,782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나 늘어났다.

부동산중개업이 한인경제 주요업종 가운데 하나임을 감안하면 이는 아주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개인 최성수씨는 “거래가 늘어 숨통이 트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인지, 내 개인의 노력 덕분인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과 미국경제는?

한국과 미국경제가 교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캐나다 현지경제 못지않게 크다.

한국은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이 플러스 2.3%로 돌아서 회복이 가시화됐음을 대내외에 입증해줬다. 캐나다방문객이 늘고 한국관련 비즈니스의 호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희망의 조짐이 커졌다. 박수빈 교수는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이 캐나다경제엔 절대적”이라 강조한다.

여기서도 희망은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9일 한 목소리로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바닥에 도달했고 아직 시기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회복만 남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