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이름 자체가 자존심이었다.
첨단기술의 상징이었다. 이른바 ‘예술경영’의 본산이었다. 경영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니 이건 자신감일까 오만일까.
전 세계 전자업계뿐 아니라 다른 분야 기업들까지 소니를 배우려고 안달이었다. 삼성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한국기업들은 배우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니 흉내내기’에 사운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 전자매장을 가보라. 똑같은 크기의 TV라면 삼성과 LG제품이 소니보다 평균 10% 이상 비싸다.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2002년. 이건희 삼성회장이 소니보다 싼 제품을 전 세계 매장에서 회수하면서 대역전은 시작됐다. 불과 7년 전이다. 그 이전까지 ‘미국의 코카콜라’만큼이나 ‘일본의 소니’는 브랜드가치에서 세계 최정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직낙하했다고? 천만에. 이미 90년대부터 곳곳에서 붕괴 조짐이 보였다. 제품 수명은 단축되는데 새 모델 개발 속도는 역행하고, 성공한 디자인을 계속 고객에게 강요하고....
세계 최고에 취한 소니는 시장을 무시했다. 고객을 깔보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전자제품이 디지털로 급격하게 전환되는데도 대세를 외면했다. 삼성·LG 등 한국제품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도 “그까짓 한국 기업이...” 코웃음쳤다.
한마디로 기본을 소홀히 했다. 아니 기본 자체를 잊고 말았다. 2000년대 들어 제품 경쟁력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삼성과 소니 주식의 시가총액도 뒤집어졌다. 급기야 삼성이 “우린 소니제품보다 단 1달러라도 더 받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사태의 급박함을 깨달았다. 너무 늦었다. 지금 소니는 자존심을 접고 삼성 배우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도 전자제품은 소니, 밥솥은 코끼리표가 세계 최고라 믿는 한인들이 너무 많다. 놀라지 마시라. 세계 최고 밥솥 메이커는 한국의 쿠쿠다. 캐나다에 사는 한인들만 이 사실을 잘 모른다.
또 하나. 도요타 얘기.
도요타는 소니 이상으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회사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 도요타가 심상치 않다.
도요타는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4,610억 엔(약 54억 캐나다달러)의 영업적자를 냈다. 71년 만에 최대 위기다. 올해는 더 우울하다. 1분기(4~6월) 영업적자만 1,948억 엔(약 21억 달러). 2009년 전체로는 7,500억 엔(87억 달러)이 예상된다.
미국과 캐나다시장은 도요타에게 아우토반이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라 불리던 미국이 후발주자인 일본에게 악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안방을 내주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는 그저 멍한 눈으로 도요타의 무한질주를 바라만 보았다.
도요타는 자신의 최대 강점인 경소형차와 친환경차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미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중대형차와 픽업트럭에 돈을 쏟아 부었다. 세계 1위로서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도요타가 개발한 신차를 보면 중대형급이 소형급에 비해 2배 이상이다. 미국인 마음을 사기 위해 2006년 텍사스주에 픽업트럭 `툰드라` 공장까지 지었다.
세상은 도요타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직격탄이었다. 2008년 북미시장 판매가 25.2%나 줄었다. ‘도요타 쇼크’였다. 북미시장에 편중된 경영정책이 화근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같은 기간 한국의 현대차는 30% 이상 북미시장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쇼크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중심 경영 실종, 고객만족정신 약화.... 전문가들은 뒷북을 때린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이 사라졌다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도요타에게 기본은 ‘장인정신’이었다.
일본차를 광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바로 이 장인정신을 꼽았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정책과 세계 1위를 억지로 차지하고 유지하려는 욕심 앞에서 장인정신은 설 땅이 없었다. 생산현장에 대거투입된 비정규직에서 장인정신이 나올 수 있을까?
도요타는 어느 순간부터 고객 클레임에도 제멋대로 대응했다. 우선 생산목표를 달성하고 문제점은 나중에 고쳐나가는 식이었다. 도요타의 최대강점인 `JIT(Just In Time)`는 지켜지지 않았다.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품질 경쟁력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도요타가 무너진 건 아니다. 무너질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위기임엔 분명하다. 이제야 도요타가 옛날 구호를 다시 꺼내 들었다.
“Back to Basic!”
창업주 후손인 도요타 아키오가 새 사장에 올라 이 문구를 회사 전면에 붙였다. 그는 "도요타 성장은 확장이 아니라 고객요구에 맞는 상품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고객 중심주의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셈이다.
캐나다 한인사회 대표 단체들, 개인들에게도 “Back to Basic!” 이 구호를 붙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