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8월,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스포츠 광복'에 한국은 물론 캐나다 한인사회도 승리의 함성이 드높다. 그간 모국으로부터 우울한 뉴스만 접해오다가 잇단 승전보에 가슴이 후련하고 스트레스를 확 날렸다는 사람들이 많다. 역시 승부는 이기고 볼 일이다.

올림픽정신은 승리보다 참가에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론이고 선수나 응원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승리다. 올림픽의 본질은 경쟁이다. 올림픽 경기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누가 세계 최고인가를 판가름하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경쟁적 존재다. 궁극적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한줌도 남김없이 발휘하기 위한 경기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넉넉지 못한 형편과 운동여건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박태환·최민호·사재혁 선수 등에게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주요 경쟁자 중에서 키나 몸무게 등 신체조건이 가장 열세였다. 사재혁은 무려 4번이나 수술을 받으며 선수생활 포기를 심각하게 저울질했다. 최민호는 아테네 악몽 후 아이스크림을 하루 40개씩 먹어야 잠이 올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국야구 대표팀 중에 메이저리거는 한 명도 없다. 여자 핸드볼 팀은 평균 나이 33살로 한물 간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런데도 이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세계 최강팀을 격파했다.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자 앞에 못 넘을 벽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선수단의 투혼과 낭보는 불경기와 이민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과 함께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다시 갖게 한다. 한국인의 자긍심도 새롭게 일깨워준다. 사실 짧은 기간 동안 오늘의 한인커뮤니티를 일군 것도 따지고 보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바탕을 이룬 것이다. 동양인으론 무려 72년 만에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역사적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한국인이 어떤 잠재력을 가진 민족인지 웅변한다. 그런 잠재력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으며 건국 60년 만에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게 했다. 한국선수들의 베이징 투혼이 우리 한인사회에 자신감과 자긍심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인 이민門 좁히는 '경력이민'

한국인의 캐나다이민이 갈수록 준다. 작년 캐나다로 이민한 한인은 2,772명으로 2006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캐나다행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9,295명)에 비하면 70% 이상 감소했다. 한국 외교부 통계를 기준으로 한 캐나다이민자는 2002년 5,923명, 2003년 4,613명, 2004년 4,522명, 2005년 2,799명으로 해마다 하향 추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연방정부가 새 이민제도인 '경력이민(Canadian Experience Class)' 도입을 발표한 것은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는 한국인의 캐나다행에 가속페달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이앤 핀리 이민장관은 "국제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우수인력을 유치하려면 이들을 캐나다에 계속 남게 할 새 방법이 필요하다"며 국내 노동시장에 쉽게 동화할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경력이민제를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말했다. 경력이민 신청자격은 2년 이상 국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단기근로자 또는 국내대학에서 최소 2년 과정을 마친 뒤 1년 이상 취업경험이 있는 유학생 등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첫해 1만2천~1만8천 명을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2만5천 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연방정부는 오일붐으로 일손이 모자라는 알버타주 등의 기술인력난 해소를 위해 경력이민을 적극 시행할 계획이지만 국내 학력과 경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면 비영어권인 한국인의 이민문호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족초청 수속기간도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지금 90여만 명이 캐나다에 이민하려고 줄을 서있다. 연방정부는 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두 달 전에 이민법을 개정했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난 2월26일 이후 접수자에 대한 심사를 중단함으로써 적체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국내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우선 심사하기 때문에 다른 범주의 신청자들은 '찬밥' 신세가 됐고 이민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력이민은 장기적으로 한인이민을 감소시켜 우리 사회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연방보수당정부가 말로만 친이민정책을 표방하면서 뒤로는 딴 일을 벌이는 게 아닌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