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한인들은 특히 금년 들어 미약한 정치력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본다. 한-캐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이나 맥주와인 판매건, 불법담배문제 등 한인사회 주요 관심사를 논의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말은 "정치인에게 한 번 부탁해 보자"였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어려움에 부닥칠 때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선뜻 도와주려고 나선 정치인은 과연 얼마나 됐는가. 정치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투표만큼 중요한 게 없다. 정치인들은 어느 민족이 열심히 투표하는지 훤히 알고 있다. 투표에 관심이 없는 커뮤니티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없다.

스티븐 하퍼 연방총리가 7일 미카엘 장 총독에게 연방하원(국회)의 해산을 요청하고 총선일정을 공식발표함으로써 여야는 본격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앞으로 한 달 뒤인 10월14일 치러질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향후 3~4년간 캐나다를 이끌어가게 된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동시에 뽑는 선거로 결코 남의 잔치가 아니다. 우리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파워를 행사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각 당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지난 2년8개월간 집권한 하퍼 총리에게 다시 국정을 맡겨도 되는가. 보수당이 다수정부를 구성하면 온타리오주 특히 토론토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스테판 디옹 자유당수는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캐나다를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과 자질을 갖췄는가. 자유당의 이민정책이 보수당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신민당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가. 녹색당의 지지율은 왜 올라가나. 우리의 한 표가 제몫을 다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또 서부지역에서 김연아·김희성씨 등 2명의 여성이 출마, 최초의 한국계 국회의원이 탄생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특히 BC주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포트무디 선거구에서 집권 보수당의 공천을 받은 김연아(42)씨는 최근 보수당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의 정치력 제고를 위해 두 후보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번 선거는 보수당이 초반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자유당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선거전이 가열될수록 특히 전체 의석의 1/3이 몰려있는 온주의 경합지역에서 소수민족 부동층의 역할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한인사회의 염원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앞으로 한 달, 숙제하기엔 넉넉한 시간이다. 한인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함께 공부하고 준비해야겠다.

한인사회에 '빛 기증한' 황인성씨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이 유행인 시대다. 삶의 가치관이 점점 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웰빙의 완성은 웰다잉(well dying)일 것이다. 멋지게 살고 죽을 때도 이름을 남긴다면 그보다 더 보람찬 인생은 없을 것이다.

가족도 아닌 생명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장기를 선뜻 기증한 몬트리올 황인성(48)씨가 그런 케이스다. 9개월 전 황씨가 말기 간암환자인 토론토의 최대근(35)씨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토론토종합병원 측에 따르면 간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들 중 실제로 수술 받은 비율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증 약속을 해도 중도에 수술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는 순서대로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O형인 최씨의 경우 4년 이상을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데 최씨에게 그런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최씨 자신이나 주변 사람 모두에게 초조하고 긴박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황씨는 약속을 지켰다. 8일 수술대에 올랐으며 현재 건강을 회복중이다. 지난해 말 시한부 선고를 받고 기적만을 바랐던 최씨도 10시간 대수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용접공으로 넉넉지 않은 생활여건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한 황씨의 결단은 우리 한인사회에도 커다란 빛을 선사했다.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유산 남기는 법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황씨의 용기 있고 희생적인 자세로 커뮤니티가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