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월4일을 운동회를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10km를 뛸 생각을 하니 흥분과 함께 걱정도 된다. 그러나 어려움도 나눠서 하면 덜할 것이니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이 걷고 같이 뛰기를 바란다." (구상회 전 토론토한인회장)
"나는 지난 2년간 남편과 함께 5km 걷기에 참가했다. 유모차에 탄 아기와 엄마도 함께 했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가족과 장애인도 함께 걸었다... 10대 청소년부터 이민 1세 어르신네까지 한 덩어리가 되어 달리고 있었다. 남녀가 어울리는 한바탕 달림의 마당은 그 모습 자체가 화합의 축제였고 평화를 갈구하는 미래상의 그림자였다." (민혜기 전 문협회장)
"토론토 거리를 걷고 달리는 동포들의 대열을 보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행진이라며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동포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우리 자녀들에게 남겨줄 귀중한 인생의 교훈도 된다고 믿는다." (김대억 심장병어린이후원회장)
최근 본 한국일보에 실린 평화통일마라톤대회 관련 기고내용의 일부분이다. 오는 4일(토) 열리는 제4회 평화통일마라톤에 대한 이곳 한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년 대회는 행사일이 다가오면서 단체와 업소들로부터 후원금과 상품이 속속 답지하고 참가인원도 작년보다 늘 것으로 보여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가을잔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통일마라톤이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한인사회 단합과 친목을 도모한다는 대회 취지 외에 무엇보다도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 덕분일 것이다. 특히 가을의 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숙이 들이키며 운동하는 것은 어느 항생제보다 탁월한 면역효과를 본다. 규칙적으로 달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질병이 별로 없고 조기사망률이 낮다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달리기는 또 육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 근처 공원이나 숲을 달리다보면 자연이 얼마나 우리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안정을 가져다주는지 깨닫게 된다. 외무장관 재임 시 매일 10km 이상을 달려 세인의 주목을 받은바 있는 요쉬카 피셔 전 독일부총리는 "나는 달리면서 진정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항상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달리기를 통해 인생에 대한 회의를 극복했다"고 말한다. 달리기는 자신을 재발견하고 사람과 세상을 발견하게 한다.
평화통일마라톤에는 걷기 코스도 있다. 10km 단축마라톤이 부담이 된다면 5km 걷기에 동참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 달리기보다 걷는 게 더 좋다는 사람도 많다. 걷기는 뼈와 근육은 물론 심장까지 튼튼하게 해준다. 걸을 때 인체에서는 천연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이 솟구친다. 동의보감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 식보보다 행보(行補)"라고 말한다. 걷는 게 최고의 보약이란 뜻이다. 달리든 걷든 '아름다운 동행'에선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거나 목표를 세워 함께 운동한다면 이민생활에서 이보다 더 나은 청량제는 없을 것이다.
'한인의 날' 생명력 가지려면
오는 3일은 이 나라가 제정한 '한인의 날'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81년 한인회총연합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의 개천절인 10월3일을 한인의 날로 제정했다. 온타리오주정부도 86년 토론토한인회의 요청에 따라 한인의 날로 선포했다. 평화통일마라톤은 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하이라이트다.
연방 및 주정부의 한인의 날 제정은 다민족사회에서 이름 없는 한 소수민족으로 살던 한인사회에 '명함'을 준 것이었다. 한인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60년대와 70년대만 해도 한인들이 이곳 사회에서 대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수많은 유색인종 중의 하나이거나 아시안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는 것이 보통이었다. 캐나다인들의 인식 속에 코리언이라는 개별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한인의 날을 제정함으로써 민족적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자긍심을 갖게 됐다. 명함을 가졌다는 것은 명함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라는 뜻도 있다.
한인의 날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이민역사 보존이다. 한인의 날은 이민역사를 기리는 날인데 그 역사를 보여줄 시설은커녕 이민사 하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2세에게 물려줄 우리들의 명절치고는 너무나 빈약하다. 한인의 날은 단순히 축하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성숙한 민족으로 재탄생하라는 과제를 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