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는 어김없이 다시 닥쳐올 텐데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더구나 자존심과 희망이 없는 북한동포에게 희망의 불빛을 보여준 것입니다." 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임현수 담임목사와 신도들의 말에는 이념이나 체제나 '포용' 같은 거창한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살려놓고 보자는 지극히 단순한 말뿐이다.
그런데 이 말이 논리정연하고 거창한 얘기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문명사회의 눈으로는 차마 볼 수 없는 참상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인간세상이라면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느냐는 호소력 때문이 아닐까.
지난 27일 본 한국일보에 보도됐듯이 큰빛교회의 북한주민 구제사업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단순히 쌀이나 돈을 보내는 게 아니라 북한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주고 판매통로까지 주선했다는 점이다. 백두산 블루베리 한국수출이 바로 그것이다.
큰빛교회팀은 백두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야생 블루베리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를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수확을 독려했다. 이들은 야생 블루베리를 찾기 전인 2005년에는 고가의 웰빙식품을 직접 경작키로 하고, 나진·선봉 등지의 땅 500에이커를 제공받아 블루베리 묘목 15만주를 심었다.
농부도 사업가도 아닌 큰빛교회팀이 이처럼 분주히 오가며 땀과 시간을 쏟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다. 굶어죽어 가는 북한사람들에게 밥부터 주자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 증언에 따르면 수용생활 중 가장 큰 고통은 강제노동도 아니고 고문도 아니었다. 배고픔이었다. 아사(餓死)야말로 최악의 고문이다.
그런 점에서 큰빛교회팀은 북한동포에게 '생명의 빛'이다. 큰빛교회 선교팀은 블루베리사업 전에도 황해도 국수공장 설립과 500대 트럭을 동원한 '라면 특급운송' 등 지난 20여 년간 '북한주민 살리기'에 매진했다.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큰빛교회팀의 헌신적인 노력 외에 뉴욕 등지의 한인들이 거액을 희사한 덕이다.
우리사회에는 대북식량지원사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에 식량을 보내면 군량미로 전용될 가능성이 많아 궁극적으로 김정일정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큰빛교회팀의 지원형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고, 설사 일부가 전용된다 해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생각이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목숨을 건 탈북행렬이 지금도 이어지며, 아직 그 행렬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은 뒤에 남아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일부 신문에는 압록강 하구 중국 단둥에서 '인간사파리' 관광이 성행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관광객들이 북한섬 우적도에 접근해 북한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준 후 주워먹는 모습을 즐기는 관광이다. 동물에게도 뜯어먹을 풀밭은 마련해주는 것이 사람인데 북한동포에게는 그런 사람도 많지가 않다.
한 달 전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했듯이 금년 북한의 식량사정은 절박하다. 자연재해, 국제곡물가 폭등, 중국의 식량부족이 원인이다. 식량문제는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과 북한과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의 문제이고 양심의 문제다. 북한정권도 '인간사파리' 지옥을 옆에 두고 자존심만 세우려는 태도를 버리고 지금이라도 한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북한 땅에서 인간이 인간을 말살하는 죄악을 멈추게 하는 것 이상의 '큰빛'은 없다.
한인사회도 '선플' 달기운동을
한국 톱스타 최진실씨 자살소식은 이곳 한인들에게도 충격적이다. 20년 가까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친숙한 국민 여배우이자 억척 또순이의 느닷없는 죽음은 가까운 이웃을 잃은 듯한 상실감과 산다는 것이 허망해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근년 여러 유명인들의 자살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비극적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최씨에게 인터넷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야만의 흉기였다.
캐나다한인사회에 사이버테러는 없는가. 과거에 비해 좀 나아졌지만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이 끊이지 않는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댓글과 남의 불행을 즐기는 가학적·변태적 악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말도 되지 않은 헛소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악플이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확대재생산, 바이러스처럼 번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내가 옥상에서 재미로 던진 돌멩이에 맞아 죽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한국에서는 최씨 죽음을 계기로 '최진실법'을 제정하고 '선플(칭찬성 댓글)' 달기운동을 추진하는 등 악플추방운동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선플달기운동이 전개돼 익명성 뒤에 숨어 사이버테러를 자행하는 '악플러'들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