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에 걸친 연방총선 레이스가 곧 막을 내리고 오는 화요일(14일) 유권자들은 앞으로 3~4년 캐나다를 이끌어갈 지도자와 정당을 선출한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 선택이 중요하다. 경제위기를 보다 슬기롭게 극복할 정당을 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유권자들도 이런 시대적 과제에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보이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야겠다.

지도자가 유능하냐 무능하냐를 판단하는 방법은 그가 위기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위기관리능력은 곧 정치력이요 리더십이다. 월가발(發) 금융위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유전지대인 알버타 등 일부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온타리오주의 경우, 지난 4년 반 동안 25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앞으로 미국불황이 깊어지면 온주경제의 주름살도 더 깊어질 것이다.

보수당, 위기관리력 결여

이런 국가적인 비상시기에 스티븐 하퍼 총리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간 "국내경제 뿌리는 튼튼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큰소리치다가 며칠 전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하고서야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물론 현 경제위기는 여당의 잘못은 아니지만 신속하게 움직여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하퍼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제1야당인 자유당의 스테판 디옹 당수도 경제문제에 관한 한 하퍼와 '오십보백보'다. 헌법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녹색변화'니 '안정 속 성장' 같은 한가한 소리만을 늘어놓다가 자유당 내에서조차 선거참패론이 고조되자 '집권 시 경기부양책 추진'으로 안면을 확 바꿨다. 최근 자유당 지지율이 27%선으로 상승, 보수당(31%)을 바짝 추격중인 것은 디옹의 이런 자세 변화에 따른 것이다. 유권자들이 지금의 경제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하퍼 총리의 안이한 경제시각 외에 온주 홀대론도 크게 작용했다. 그간 선거에 중립적 자세를 취해온 덜튼 매귄티 주수상이 얼마 전 온주 불공평 대우론에 대한 연방정당당수들의 의견을 묻자 하퍼 총리만이 유일하게 답변을 거부했다. 연방정부 집계에 따르면 2005년 온주민은 오타와로부터 받는 지원금보다 210억 달러나 많은 세금을 연방에 납부했다. 온주 경기가 좋으면 경제적으로 힘든 다른 주들을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연방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가난한 주'로 전락한 마당에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구시대적인 '균형발전지원금' 제도는 마땅히 전면개편돼야 한다. 그러나 총리는 온주의 불공평 상황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퍼는 이번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4년 전 보수당수 선출 당시의 극우 이미지는 이제 상당부분 희석됐고, 2년8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네거티브 정치인'이란 비판도 많이 사라졌다. 또 금년 초 한인회관을 방문, 오픈스카이 등 현안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코리언 프렌들리'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한인들의 관심사인 이민문제도 자유당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소수민족사회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이민문제는 문호를 대폭 개방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밴쿠버의 한국계 김연아씨 등 50명의 소수민족을 후보로 공천, 30명 선에 그친 자유당을 압도했다. 다수집권을 위해 소수민족사회에 필사적인 구애작전을 펼친 것이다.

한인들은 꼭 주권행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수당의 재집권보다는는 자유당이 정권을 재탈환했으면 한다. 이번 총선 최대쟁점인 경제문제에 대해 자유당이 보다 겸허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퍼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디옹보다 경제지식이 훨씬 많지만 이 점이 오히려 감점요인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답이 나와 있다. 우리가 자유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당의 온주 멸시정책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온주경제가 융단폭격을 맞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퍼는 '강 건너 불 보듯'했다. 이민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신민당이다. 잭 레이튼 당수는 보수당이 대기업들에 약속한 500억 달러의 세금혜택을 백지화, 근로계층에 분배하고 이민쿼터를 33만 명으로 확대하는 등의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지지율이 20%대로 집권 가능성이 없다.

이번 선거는 당초 보수당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하퍼의 실기(失機)로 막판 혼전 양상이다. 총 308석 중 1undefined3 이상의 의석을 가진 온주가 이번에도 승패의 열쇠를 쥐게 됐다. 특히 온주 20여 곳은 보수와 자유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여 소수민족 표심에 따라 자유당의 막판 대역전도 기대해볼 만하다. 어느 당을 지지하든 한인유권자들은 빠짐없이 투표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