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6패. 지난달까지 연방총선에 도전한 캐나다한인들(조성준씨 2회, 백광열씨 3회, 김희성씨 1회 출마)의 성적표다. 총선성적표는 지난 14일 김연아·김희성 후보가 함께 패배, 8전8패로 더욱 초라해졌다. 주의원 선거(87년 고상언씨, 2006년 벤 진씨)까지 감안하면 10전10패다. 이 나라 정치의 벽이 이렇게도 높은가. 이번에 특히 허탈감이 더해준 것은 BC주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포트무디 선거구에 출마한 김연아 후보의 석패 소식이었다. 여당인 보수당후보로 당선이 유력시됐던 김 후보가 불과 1,200표 차이로 분루를 삼킨 것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 후보측은 개표결과 발표 후에 "모금 등의 캠페인은 성공적이었지만 신민당 고정표를 넘기에는 힘이 달렸던 것 같다"며 "3천여 명에 이르는 한인들의 투표참여가 저조했던 것도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다면 이번에 '국회의원 1호'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한인사회 숙원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저조한 투표율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은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연방이나 주총선에 출마한 한인후보가 낙선할 때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최선을 다했는데 역부족이었다. 다음 선거를 기약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기약은 늘 기약에 그쳤다. 약속이 실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사원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열심히 일하라"다. 이런 지시는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기시간을 단축하라." 이것은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진다. 대기시간이란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작업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작업지시서나 필요한 자재가 없다면 작업자들은 할 일 없이 대기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선거도 비슷하다.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금과 조직력은 기본이며 선거 수 년 전부터 지역사회 대소사에 얼굴을 내비쳐야 하고 자원봉사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선 확률이 높은 지역의 공천을 받는 것이다. 그러자면 출신 커뮤니티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커뮤니티 정치력은 4주 전 본란에서 제안한 '캐나다한인정치연맹' 같은 압력단체를 창설, 정치활동과 한인 권익활동을 동시에 함으로써 제고될 수 있다. 1.5세나 2세들이 연방이나 지자체 등 공직에 적극 진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앞으로도 뚝심 하나로 도전한다면 백전백패다. 한인사회가 진정으로 연방·주의원 탄생을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스템 구축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경제위기 언제쯤 끝날 것인가

세계 금융위기의 불을 끄자 이번에는 실물경제로 불길이 옮겨졌다. 실물경제가 침체되면 금융위기가 재연된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요동친다. 경제쇼크는 얼마나 치명적이며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3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신종 바이러스설이다. 자본주의에 처음 등장한 각종 '금융 파생 바이러스'가 세계경제를 빠른 속도로 감염시켜 '중환자'들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설 주창자들은 1년 정도 지나면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의 약발이 먹혀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둘째는 중병설이다.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각국이 규제철폐 및 자유화를 추진, 세계경제가 암에 걸렸다는 주장이다.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셋째는 대공황(1929년) 이래 최대 쇼크설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과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후유증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세계계적인 경제학자들조차도 시나리오가 제각각인 것은 워낙 복잡한 금융상품을 세계 각지에 뿌려놓아 '바이러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 경제위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받아들인다 해도 1년 후에나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며 그때 경제 흐름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한 번 중병을 앓고 난 사람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중병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수출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인 만큼 사실상 경제위기 국면이다. 캐나다 경제성장의 상징인 오일샌드 개발붐이 유가폭락으로 급제동 걸린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및 처분 시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화를 키울 수가 있다. 위기의 시대를 견뎌내면 면역이 생겨 언젠가는 재도약의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