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중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상사 주재원, 유학생 등 단기체류자와 영주권자가 그들이다. 헌법 24조에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하위법인 공직선거법 등은 부재자투표 대상을 '국내거주자'로 제한,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했다. '헌법의 불구'이자 정부의 직무유기다.


재외국민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몰이해를 드러내는 사례 중 압권으로 꼽히는 '투표권 박탈'이 2012년부터 시정될 전망이다. 그간 해외영주권자 투표권 부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던 민주당이 지난 20일 단기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기로 당론을 확정, 다음 달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등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외국민의 참정권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영주권자를 포함, 19세 이상의 재외국민 모두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간 참정권 부여 및 이중국적 허용 뉴스가 한국정치권에서 나올 때마다 해외한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난 수십 년간 말만 요란했지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투표권 박탈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맞물려있어 어떤 형태로든 투표권이 주어질 것 같다. 만약 2012년부터 해외부재자투표가 시행된다면 지난 72년 유신정권 당시 재외국민들이 야당후보에게 몰표를 보낼 것을 우려해 폐지된 지 40년 만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간 한국정부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재외국민을 방치했는지 알 수 있다.


해외한인과 관련된 법률·정책적 현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참정권과 이중국적이다. 참정권은 단기체류자(150만 추산)와 영주권자 등 300만 명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일단락짓는다고 보면 이중국적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과 취임 이후 수차에 걸쳐 "순차적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말뿐인 것 같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부와 인재의 유출은 가속화할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해외동포 포용정책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중국적이다. 지금은 국적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외국국적 취득자는 한국국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면 누구의 손해일까. 한국의 손해다. 이중국적제는 해외동포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 한국을 강국으로 만드는 미래전략이다. 이명박정부는 이중국적문제도 적극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은퇴는 또 다른 삶의 시작


RRSP(은퇴저축) 시즌이다. 노후를 지켜줄 재정계획도 중요하지만 돈만으로 인생 후반기를 보람차고 활기 있게 보낼 수는 없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놀며 살기에는 은퇴인생이 길다. 70~80대까지 삶을 설계하면서 각 시기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슬릿은 "은퇴는 제3기 인생으로 자기성취의 시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는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한 뒤 몰입하는 활동의 삶을 사는 것, 즉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일하는 30∼40년(제2기 인생)은 적성 및 재능에 관계없이 불가피하게 택했거나 시간과 의무에 얽매인 시기인 반면 3기 인생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간 제약 없이 맘껏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기'인 셈이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아무런 준비 없이 보낸다면 인생 후반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인들은 3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의 전공과목을 더 깊이 공부하거나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컴퓨터나 영어, 문학, 음악 등을 배우거나 독서, 등산, 조깅 등의 클럽에 가입해 새 친구를 사귀며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로원이나 구제단체에서 자선봉사활동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선활동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남을 도울 때 힘이 절로 난다고 말한다. 자선활동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공부를 하든 봉사활동을 하든 거기서 건강과 안식을 찾는다면 보람된 일이다.


다만 은퇴 후의 삶을 얘기하면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사회에 대한 기여와 가정에서 부모로서의 모범적 행동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건강과 안식만을 찾아 하루가 멀다 하고 골프만 친다면 자녀에게 좋지 않게 비쳐질뿐더러 인생 후반전을 허송하는 셈이다. 한인사회에서는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은퇴자나 반은퇴자 중에 해외골프장을 '주름잡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 돈으로 내가 즐기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자녀와 사회에 보여줄 교육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은퇴는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60에도 70에도 존경받으며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건전한 꿈을 가지면 주름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