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조용하던 토론토한인회가 최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한인들의 권익 향상과 봉사활동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회장후보 자격논란과 법적 대응이라는 소모전으로 분주하다. 단독출마한 이방주씨에 대한 선관위의 실격처리 이후 한인사회서는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할 대표적인 봉사단체가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스트레스만 주는 ‘공해단체’로 전락했다. 갈수록 태산이며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이씨 실격에 대해 2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씨가 정관상의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선관위의 판정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주류 측의 ‘이씨 따돌리기’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주장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할 선관위가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후보추천인 정회원 자격여부 등에 대한 정관 규정이 애매한 탓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만일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단독출마했다면 과연 이렇게 처리하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점을 선관위는 알아야 한다. 이씨 추천인 38명 중에 정회원이 4명에 불과했다면 후보등록 접수현장에서 서류를 반환했어야 했다. “마감 때까지 후보가 없으면 등록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할 만큼 선관위는 후보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 후보가 나타났다면 빠진 서류를 지적, 보완을 요청하는 성의쯤은 보여줘야 했다. 선관위원의 러닝메이트 건도 그렇다. 공식적으로 선관위원 사퇴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이 역시 접수현장에서 결격여부를 알려줬어야 했다.
이씨 측도 선관위 탓만 하며 큰소리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제공자는 이씨다. 한인회선거에 3번이나 출마하면서 러닝메이트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 하는가. 선관위원을 부회장후보로 지명했다는 것은 정관 위배 여부를 떠나 상식 밖의 일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런 ‘돌출행동’을 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역시나”하며 고개 젓는 사실을 이씨는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추천인 자격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회장선거를 준비해왔다면 한인회로부터 정회원 명단을 입수, 이들 중에서 정관규정보다 여유있게 서명 받는 등 치밀함을 보였어야 했다. 입후보 서류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한인회 업무를 총괄하려 드는가.
이씨의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실격처리는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사회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된 사실상의 ‘간선(間選)회장’이 과연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직선회장도 일하기가 쉽지 않은 게 한인회 현실이다. 또 이렇게 시끄러운 판에 누가 이사회 추천후보로 나서겠는가. 가장 큰 이유는 선거후유증이다. 이씨 측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와 이사회는 물러설 기색이 없다. 결국은 오기와 법적 싸움으로 번져 누가 이기고 지든 한인회는 ‘검은 연기 내뿜는 공해단체’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한인회가 가야할 길인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 선관위는 29일 회의에서 기존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는데 이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후보등록을 새로 받든지, 아니면 이사회 추천후보들 중에 이씨도 포함시켜 총회에서 심판받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파국을 면하는 길이라고 본다.
‘참정권 부여’에 큰 기대 거는 이유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말만 무성한 채 항상 공약(空約)으로 끝났던 재외국민 참정권이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29일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이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캐나다한인 등 재외국민 240여만 명이 2012년부터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국회특위는 단기체류자와 영주권자를 포함, 19세 이상 한국 국적이 있는 모든 재외국민은 물론 이중국적자에게도 제한적으로 투표권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한국은 그간 선진국 진입을 표방하면서도 재외국민 참정권에 있어서는 후진적 사고를 보여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30여 개국 중에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한국·터키·헝가리 등 몇 나라에 불과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국회가 오랜 입법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에 대해 환영한다.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다. 부정선거 우려가 그중 하나다. 재외국민 투표의 경우 선거운동이나 투표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벌어져도 조사 및 단속활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보다는 본국지향주의가 더욱 심화하고 한국의 혼탁한 분위기가 해외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정권 부여 결정은 해외한인 권익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해외한인들이 투표하면 대선 판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간 ‘립서비스’에 그쳤던 동포청 신설과 재외동포사회 헌법격인 재외동포기본법 제정 등 동포관련 입법들도 자연히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참정권 부여에 거는 기대가 높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