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삶을 살다간 그가 세상을 울린다.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사랑을 베풀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그는 사람이란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의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선물로 주고 떠났다. 그는 사랑으로 희망으로 한국인의 가슴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난 16일 선종(善終)한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행렬은 길고도 길었다. 지난 사흘간 40만 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전국의 성당과 해외한인사회를 포함한다면 국장(國葬)에 버금가는 인파가 종교와 이념을 넘어 그의 선종을 애도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닌 ‘저 낮은 곳을 향한’ 그의 삶과 죽음에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추기경은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장애를 겪는 사람, 감옥생활을 하는 사람 곁에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픔을 함께 나눴다.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주민을 잊지 않았으며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기도했다.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교회가 닦아줘야 한다는 믿음을 철저하게 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 간 화해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사찰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법정 스님을 명동성당으로 불러 설법을 하도록 했다. 다종교사회인 한국이 별다른 종교분쟁 없이 지내온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덕이 크다. 남의 종교를 인정하는 넉넉한 마음은 종교인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다.
그는 떠나는 길에도 세상을 껴안았다. 자신의 안구를 기증, 어둠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에게 빛을 선사했다. 사는 동안 미리 죽음을 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기경의 생명존중정신은 장기기증운동에 큰 빛을 주었다. 한국의 장기기증단체에 장기와 각막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이 쇄도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죽음에 대한 자세 역시 귀감이 되고 있다. 의료진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말 것을 수차례 당부,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켰다. 자신의 묘를 일반 사제와 똑같은 크기로 하고 평범한 삼나무 관을 써서 검소하게 하라고 당부한 것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추기경이 마지막 남겼다는 메시지엔 2년 전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 같은 삶이 녹아있다. “바보같이 안 보여요? 저 모습대로는 아니지만 바보 가까워... 제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그런 식으로 보면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우리들은 ‘바보’ 같은 삶에서 사랑을 본다. 희망을 본다. 행복을 본다. 그의 가난한 마음이 부활의 기적을 낳고 있다.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긴 큰 선물이다.
‘사전계획설’ 그냥 넘길 일 아니다
토론토한인회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일부 선관위원들이 “김남수 선관위원장은 이방주 후보의 서류를 심사하기도 전에 이경복씨를 회장으로 추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번 폭로는 현 선관위 행정 실무책임자인 서기와 전·현직 위원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선관위원장이 선거와 관련이 없는 이경복 북한인권협의회장과 선거실무를 상의했음은 물론, 이씨 지시에 따라 선관위를 이끌었다"며 배후세력설을 제기했고 "언론광고문 작성 및 변호사에게 보내는 글의 대필을 의뢰한 것은 선관위를 무시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폭로내용이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의 권위에 커다란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법정소송으로까지 비화한 선거분규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폭발성 있는 이슈에 대한 선관위원장의 해명은 상식 밖이다. 그는 “지난달 16일(후보등록마감일) 밤 선관위원들 사이에서 이방주씨 실격가능성이 제기된 후 (등록 연장할 경우) 임정남 전 선관위원에게 이경복씨 후보등록을 권유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거관리업무를 후보물색업무로 착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식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방주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긴박한 상황에서 나와 이사장 및 한인회장이 법 지식이 풍부한 이경복씨로부터 조언을 얻었을 뿐"이라는 김 위원장의 반박도 수긍하기 어렵다. 고소건 같은 중대사안에 대한 법적 조언을 받으려면 변호사나 법률전문가에게 물어야지 왜 회계전문가와 상의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경복씨가 지난 한인회선거에 깊이 관여한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선관위와 집행부 등 주류 측이 그런 자세를 취하니까 편파적이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이제 일부 선관위원들이 사전계획설을 폭로하고 나선 이상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것은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누가 회장이 되고 안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 명예의 문제이자 원칙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