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한인회 선관위가 이방주씨 실격판정을 내린 지가 40일 지났다. 최근 들어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중재모임을 갖기로 하는 등 돌파구 모색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면 이번 선거분규가 장기화할수록 한인회 무용론도 확산될 것이란 점이다. 한인들은 가뜩이나 경제문제로 어수선한 때에 터진 집안싸움에 넌더리가 나있다. 이씨 실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토론토한인들이 한인회에 대해 ‘실격 판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한인회 측은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선관위의 중립성이다. 이씨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선관위가 너무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은 선관위가 본연의 자세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질책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일부 선관위원들이 차기회장 사전계획설을 폭로하고 나섬에 따라 공정·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이런 판에 “진상을 밝힌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맞불회견’을 열어봤자 귀 기울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상식선에서 얼마든지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까지 비화한 데는 집행부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이상훈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 건너 불보는 듯한 태도로 일관,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만약 이 회장이 초기에 적극 진화에 나섰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한인회가 소송에 휘말리고 그 결과 한인회 직무가 장기적으로 마비되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이제라도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모두 접고 다시 선거를 시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당초 선관위는 후보가 없을 경우 등록시한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사전계획설까지 제기된 마당에 ‘법대로’가 먹혀든다고 보는가. 선관위는 앞으로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신경 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가에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3년 이상 정회원’ 자격규정도 철폐할 것을 권한다. 한인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에게는 문호를 전면 개방해야 한다. 이번에 이방주씨와 재출마하려다 포기한 이상훈 회장이 러닝메이트 구인난을 겪은 데서 보듯 ‘3년 이상’ 규정은 특히 유능한 2세의 영입을 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2세 전문인 중에 이런 자격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한인회가 그렇게 인기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는가. 이씨도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 선관위 실격판정의 원인을 제공, 내분을 야기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한인회선거에 3번씩이나 출마하면서 입후보 서류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 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거울로 삼아야 한다.

내분과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게 대화할 줄 알고 양보하는 정신이다. 선관위와 이씨는 더 이상 구차한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새 출발’에 깨끗이 합의, 명분 없는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한인금융 선의의 경쟁 기대한다

캐나다신한은행이 지난 1년간에 걸친 준비작업을 마치고 오는 9일 개업함에 따라 한인금융계도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그간 한인금융계는 캐나다조흥은행이 IMF 여파로 99년 철수한 뒤로 캐나다외환은행이 독점해왔다. 한국의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캐나다신한의 국내 진출은 기존 한국계은행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대출 문턱을 낮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에 출범하는 신한이 한인커뮤니티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려 한인상권의 동반자로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지난 81년 한국계 은행으로는 최초로 이 땅에 진출한 외은은 지난 28년간 한인사회가가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한인들의 사업·주택자금 마련이나 개인계좌 개설, 모국 송금 등 갓 이민해 현지물정에 서툰 사람들에게 금융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현지생활 적응과 비즈니스 확장을 도왔다. 또 이민한 지 오래된 한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1월 말 현재 자산이 8억9천만 달러에 이르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한인들이 우리말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 때문에 외은을 선호하지만 캐나다 금융기관에 비해 대출 문턱이 높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영업규모 면에서 격차가 큰 국내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겠지만 지나치게 몸 사리는 대출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출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몸 사리기가 된다면 커뮤니티은행의 존립 이유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이익 환원문제도 그렇다. 외은은 해마다 한인자선단체 및 행사에 활발한 기부활동을 하고 있지만 순익 규모에 비하면 인색하다는 지적도 많다. 외은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15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이곳에서 번 돈은 건전한 재무구조를 위해 전액 내부유보금으로 적립한다지만 커뮤니티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앞으로 보다 각별히 배려하길 바란다. 외은의 배려가 커질수록 외은을 이용하는 한인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번 신한의 출범을 계기로 두 은행이 선의의 경쟁을 벌여 한인상권과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