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케스윅고교사건은 이 땅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을 경우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일깨워준다. 당초 먼저 시비를 건 백인학생은 놔두고 ‘정당방위’ 한인학생만 기소했던 요크지역경찰이 “일방적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뒤늦게 실수를 자인한 것은 인종차별행위에 정면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 쉬쉬하며 넘어가려 했다면 주류언론에 크게 보도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경찰은 당초 방침대로 한인학생을 폭행혐의자로 기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인학생 부모의 용기 있는 행동 덕에 비켜가게 됐다. 인종차별문제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란 사실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한인학생에 대한 법정청문회는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지만 경찰 측이 담당검사에게 기소취하 의견을 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많은 한인들이 분노하며 우려했던 이번 사건은 별 문제없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학교 및 지역교육청의 책임 회피적이며 편파적인 자세다. 교내에서 학생들끼리 싸우다가 서로 사과까지 해 사실상 끝난 사건을 경찰에 신고, ‘피해자’인 한인학생을 ‘범법자’로 몰고 간 것은 학생들을 보호하고 선도해야 할 교육기관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처사다. 흉기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정당방위를 한 학생에게 정학처분을 내리고, 게다가 퇴학시키기 위해 교육청에 청문회 개최를 권고한 게 과연 교육기관에 걸맞은 결정인가. 교육을 떠나 상식에도 어긋나는 행태다. 교육청은 ‘안전한 학교법’을 준수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만약 ‘정당방위’ 학생이 백인이라면 과연 경찰에 신고했을까. 또한 학교 측은 사건 후 백인학생 몇 명을 불러 ‘가해학생’에게 유리한 증언만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건진상을 파악하기보다는 한인학생 처벌에만 급급했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런 학교에 어느 이민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겠는가. 국내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학생들보다도 사리분별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며 비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교당국과 교육청은 이번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고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온주인권위원회의 바바라 홀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명백한 인종차별 케이스”라고 지적한 바 ‘구두경고’에만 그치지 말고 정식조사에 착수해주길 바란다.
인종문제는 캐나다가 해결해야 할 최대과제 중 하나며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 아직도뿌리 깊게 남아있는 고질이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며 인권위원회와 전국인종문제연구소 등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민권단체들이 있다.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참자”는 자세보단 이들 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개인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문제이며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상기하고 싶은 점은 상황에 따라 ‘주먹에는 주먹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비폭력으로 대처하되 법과 시민정신에 호소한다는 자세를 갖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단오제 ‘레퍼토리’ 좀 바꿔보자
토론토한인사회 최대행사인 단오맞이 민속축제가 다음달 6·7일 개최된다. 과거 축제 때마다 주최 측이 내세우는 천편일률적인 홍보가 있다. “올 행사는 예년과 다르게 보다 알차고 많이 한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보면 시작할 때 큰소리쳤던 홍보에 부응한 결산이 나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행사가 그 행사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물론 단오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전히 ‘우리끼리의 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세 및 비한인들을 위한 영어서비스 부족 ◆민속경기 참가자 저조 ◆행사안내지 배포 부족 ◆일부 종목을 제외한 볼거리 부족 ◆매끄럽지 못한 행사 진행 등의 문제점은 해마다 반복되는 단골메뉴다.
금년에는 어떨까. 이틀잔치에 행사공간도 갑절이라고 홍보하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예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씨름대회, 윷놀이, 줄다리기, 장기자랑, 노래대회 등은 초기축제 때와 똑같은 레퍼토리로 식상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모국의 행사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데 ‘10만 한인의 대표축제’는 어찌 17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인가. 단오제라고 꼭 단오행사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한류를 홍보하는 한마당으로, 다민족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오제에 오는 비한인들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동참자로 간주, ‘한국’을 함께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블루어 코리아타운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행사일이 아직 한 달 남아있다. 금년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더욱이 행사기간을 이틀로 늘려 잡지 않았는가. 예년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질적인 변화 없이 양만 갑절이라면 앞으로 단오제에 흥미를 잃는 한인들이 늘어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