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누가 봐도 하얀 것을 궤변을 동원해 검다고 우길 때 이것은 지지숫자의 싸움이 될 수 없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다. 만약 비상식이 이긴다면 그 커뮤니티는 병든 사회다.
토론토한인회 이사회는 최근 회장후보 등록금을 1만5천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선거세칙안을 통과시켰다. 선거사태와 관련해 지난 수개월 간 법적 비용으로 3만여 달러를 지출,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니 등록금 수입으로 손실을 보전한다는 발상이다. 이 문제는 논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난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인회장 자리가 무슨 이권이 걸린 것도 아닌 단순한 무보수 봉사직인데 거액을 내고 출마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소송문제로 한인회가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면 먼저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순서다. 한인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 추락된 신뢰가 회복된다면 재정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번에도 상식 밖의 카드를 들고 나와 커뮤니티를 또 다시 흔들어댄다. 갈수록 가관이다.
도대체 수많은 한인들의 비판을 무릅써가며 등록금을 대폭 인상한 이유가 무엇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정인의 출마를 막아보자는 게 아닌가. 회장은 한인들이 뽑는 것인데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설사 이런 무리수로 이번에 특정인의 출마를 막는다고 치자. 다음번 선거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려면 보수를 줘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그 누가 거액을 기부하면서 봉사하려고 하겠나. 최종대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은 등록금 인상안이 얼마 가지 않아 폐지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다.
5만 달러 안은 지난 4월16일 이상훈 회장과 이방주씨가 법적공방을 중단키로 합의한 ‘이행각서’ 내용에도 위배된다. 각서에 따르면 ‘3년 정회원 유지’ 조항만 개정하고 나머지는 현 규칙대로 선거를 하게 돼있다. 만약 이씨가 이를 빌미로 다시 제소를 한다면 이사회는 어떻게 대응하려는가.
이사회 기능은 집행부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도와주되 독선을 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이사회는 회장 위에 군림하려고 들 뿐 아니라 한인회 일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후보 서류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특정인을 회장에 추천하려는 지난 2월의 ‘사전계획설’에서 보듯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 불황에 갖은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한인사회가 단합을 과시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서로 갈라져 반목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한인회 일이 계속 꼬이는 데는 이상훈 회장의 책임도 크다. 이 회장은 불과 몇 주 전 등록금을 하향조정해야 하다고 말해놓고는 이사장과 같이 이사회를 열어 5만 달러로 대폭 올렸다. 그 누구도 회장선거에 입후보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고 계속 회장직을 수행하려는 것인가. 이 회장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한다.
한인회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한인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인 최 이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5만 달러 발상은 선거를 떠나 심각한 문제다.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비정상적임을 말해준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이같은 풍토는 누가 시정해도 시정되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우물쭈물 넘어간다면 한인사회에 무질서가 질서를 이기는 수치스런 전통이 세워질 것이다.
총영사관, 왜 ‘사서 고생’하나
토론토총영사관이 한인지원사업과 관련, ‘밀실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총영사관 관할지역 내의 ‘동포재단 2009년 지원사업’의 수혜단체와 지원액 및 선정과정 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원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은 총 49건으로 이 중 13건 만이 승인받았다. 신청서를 냈다가 탈락한 단체들은 자연히 심사기준이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자격이 되는지를 당연히 알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영사관은 재단지원금이 많지 않고 세부내용을 공개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총영사관은 이런 식의 행정이 관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을뿐더러 총영사관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동포재단은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이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한 독립기관이다. 동포재단 고유의 업무에 총영사관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총영사관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많다.
총영사관 말대로 토론토에 배정된 재단지원금과 보조금은 합해봐야 연 6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푼돈’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정·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푼돈’ 쓰는 것을 보면 다른 ‘큰 행정’은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자세의 문제라는 얘기다. 총영사관이 사업신청에 대한 공고조차 내지 않았던 것은 직무방치이자 또 다른 오해를 살 만하다.
동포재단 관계자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총영사관은 행정 편의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사전공고와 결과 발표는 물론, 심의과정에 한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개행정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LA총영사관도 아무런 문제없이 공개행정을 하고 있는데 토론토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작년 9월 토론토에 부임한 이래 한인사회 대소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으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홍지인 총영사가 이번 일을 매끈하게 처리함으로써 앞으로 한인들로부터 더욱 신뢰와 사랑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