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선진국 중에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다. 재정적 보조 외에도 발육 및 교육과정과 사회적응을 도와주는 각종 시설이 많다. 장애인을 대하는 국민의식도 높다. 주차장과 공연장 등 공공시설의 ‘상석’은 이들의 몫이며 취업 시에도 많이 배려한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률은 2001년 49.3%에서 2006년 53.5%로 뛰었다. 이 기간 취업률 상승속도를 보면 비장애인을 앞질렀다. 장애가 있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다.

선진국의 한 구성원인 한인사회는 어떤가. 한인업체나 기업에서 일하는 한인장애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한 한인업소는 몇 군데나 되는가. 각종 커뮤니티 행사와 모임에 왜 한인장애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타리오주민 7명 중 1명은 장애인이다. 온주 한인인구를 10만 명으로 본다면 한인장애인은 1만4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 숫자라면 한인사회 내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스스로 한인사회에 나오기를 꺼려하고, 나오고 싶어도 편의시설이 없어 아예 외출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27년 전 갑작스런 질병으로 반신불수가 된 미시사가 박조웅씨는 작년 열린 제1회 장애인 여름캠프를 앞두고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박씨는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얘기하면서 “20년 넘게 지역재활센터 훈련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그곳에서 한인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상당수의 한인장애인들이 외부활동을 기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신체장애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삶의 언덕 중 하나”라고 조언한다. 박씨는 ‘열린 생활’을 몸소 실천, 8년 전 미시사가시장으로부터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활센터에서 다른 장애인들을 돌봐주고, 비장애인보다도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등 적극적인 삶을 산 덕이다.

박씨의 ‘열린 생활’이 많은 한인장애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그 이전에 커뮤니티도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편의시설이 없어 한인업소에 못 가거나 신체문제로 한인사업체에 취직하지 못 하는 장애인이 없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대하는 커뮤니티의 자세다. 캐나다 주류사회가 대하듯 한인장애인을 대한다면 그 누가 커뮤니티에 나오기를 꺼려하겠는가. 이들을 ‘특별대우’하자는 게 아니다. 비장애인 대하듯 동등대우하자는 것이다.

다음달 7~9일 열리는 제2회 장애인 여름캠프는 ‘열린 생활’의 물꼬를 터줌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문턱을 없애자는 게 취지다. 이런 모임이 ‘단오제’처럼 커지고 사람들로 넘쳐나야 선진사회다. 이번 캠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특히 한국 지상사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선진기업’이라면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회환원’도 선진수준이라야 한다. ‘사회환원’ 1순위는 사회 소수계층과 약자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졸업시즌이다. 인생의 여러 단계 종착점들은 새로운 출발점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의무교육을 마치는 고교졸업과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대학졸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교시절 힘든 공부를 통해 지망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부모와 교사의 간섭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에서 자칫 빗나가기 쉽다. 한인학생들의 경우, 고교시절에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좋은 성적을 올려 명문대에 입학한 후 자율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대학과정에 적응하지 못 해 중도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중·고교 때는 엄하게 교육시키다가 대학에 입학하면 거의 100% 풀어주는 학부모 탓이 크다. 대학에 입학하면 기숙사 입주 등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자녀가 대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졸업생은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인으로 첫 출발을 하게 된다. 대학 문 밖, 사회는 드넓다. 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의 꿈은 크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시험받지 않은 꿈이다. 부모 슬하나 상아탑은 온도와 습도가 쾌적하게 맞춰진 온실이었다. 사회의 기후는 다르다. 냉혹하고 거칠다. 요즘 같은 불황에는 더욱 심하다. 수십 곳에 이력서를 보냈는데도 면접연락이 없어 낙심하는 대졸자들이 많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꿈과 자신감을 잃지 말고 부단히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악착같은 근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많이 들린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뚜렷한 목표 없이 눈높이를 크게 낮춘 직장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면 백 번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사회 첫발에서 몰아닥친 찬바람에 쉽게 굴복한 결과라면 재고해야 한다. 불모지에서 맨손으로 삶을 일궈낸 부모의 정신을 2세들은 배워야 한다. 캐나다에서 받은 고등교육에 꿈과 도전정신을 갖춘다면 이 사회의 큰 일꾼이 될 수 있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윈스턴 처칠의 옥스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는 단 두 마디에 그쳤지만 아직도 기억되는 명연설이다.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한인졸업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