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전지훈련 중인 마이클 펠프스에게 AFP통신 기자가 물었다. "수영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수영황제'의 대답은 간단했다. "물 속에 들어갈 때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영에 푹 빠져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정신통일 상태다. 펠프스는 그런 점에서 조치훈을 닮은 데가 있다. 조치훈은 대국을 앞두고 명상에 잠길 때는 누가 불러도 듣지 못하는 부동의 자세에 들어간다. 정신통일을 위해서다. 한 판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자세가 곧 명인이다.

펠프스는 어떻게 놀라운 집중력을 갖게 됐을까.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렸을 적에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앓았다. 이 병에 걸린 아동은 정신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며 충동적인 증세를 보인다. 좌불안석하거나 기관차마냥 분주하게 설치고 쉴새 없이 말을 한다. 펠프스 부모는 ADHD에 걸린 5살 된 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수영에서 발산토록 했다. 전화위복이다.

펠프스가 마침내 올림픽 사상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를 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스포츠맨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명예가 아닌가. 그런데 펠프스는 올림픽에 두 번 출전해 총 11개의 '금'을 목에 걸었다. 112년 근대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앞으로 두세 개를 더 바라본다니 "위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체력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같은 인간 한계에 도전해 승리한다는 것은 개인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승리다. 더구나 펠프스는 수영으로 백만장자가 된 미국의 영웅이다.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쥔 대스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습에 열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펠프스는 얼마나 훈련을 강하게 했는지 4개월 전 열린 미국 국내대회에서 자신의 출전시간이 됐는데도 수영장 한 쪽에 앉아 잠을 자는 '기막힌'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펠프스를 만난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그는 인간미도 넘치는 완벽한 선수다. 노 감독은 "내가 셔틀버스에 앉아 있는데 앞에 서있길래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괜찮다면서 고맙다고 배지를 주더라"고 말했다. 노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가 코치의 명령은 칼같이 실행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이것이 세계정상 유지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환은 펠프스를 닮은 데가 많다. 5살 때 천식을 고치려는 부모 손에 이끌려 수영장을 처음 찾았고 우승에 '배가 고픈' 연습벌레라는 점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명감독을 만난 것도 비슷하다. 펠프스가 수영선수로서 전환점을 맞은 것은 11살 때인 96년이다. 전문강습을 받기 위해 펠프스는 북볼티모어수영클럽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현재까지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밥 바우먼 코치를 만났다. 바우먼은 팔·다리가 길고 손발이 큰 데다 연습벌레에 실전에서 절대 긴장하지 않는 펠프스를 보고 잠재성을 단번에 파악했다. 박태환도 노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꿈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노 감독은 “태환이는 내 인생이고 꿈”이라며 제자가 7살 때부터 조련에 집념을 불살랐다.

올림픽은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도전보다 자신에 대한 도전에서 승리한 사람의 메달은 값지다. 펠프스와 박태환의 '금'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