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꿈은 발레리나였다.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은 훌륭한 무용수가 될 거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4개월 전의 대지진은 소녀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무너진 학교 건물 더미에서 70여 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지만 왼쪽다리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소녀는 그러나 꿈을 접지 않았다. "더 이상 보통사람처럼 춤을 출 수는 없지만 계속 발레를 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신문으로 알게 된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은 소녀를 불러왔다. 1개월 맹연습 끝에 개막식 무대에 세웠다. ‘끝나지 않는 춤’ 공연은 10만 관중의 심금을 울렸다. 다리를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은 초등학교 4학년인 리웨의 발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하계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148개국에서 뇌성마비, 척수·시각 등의 장애를 가진 선수 4천여 명이 출전한 13회 장애인올림픽은 ‘제약과 한계에 대한 무한도전’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외발 인어'로 유명한 나탈리 뒤 투아(24)는 한 달 만에 다시 남아공의 개막식 기수로 등장, 위대한 도전을 계속한다. 첫 출전 종목부터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마이클 펠프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7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은 덕이다. 그녀는 말한다. “나에게 다리가 하나뿐이라는 것은 장애가 아니다. 무한정 달리고 싶다. 인생의 비극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할 목표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사격에서 동메달을 딴 이주희(36)는 16년 전 공장에서 화상을 당하며 양쪽 다리를 잃었다. 처음에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 방황과 분노의 세월을 보냈다. 병원에서 재활하던 중 12년 전부터 사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쐈지만 나중에는 꿈을 쏘게 됐다. 장애인 올림픽에 6회 연속 출전한 탁구선수 이해곤(55)은 척수 장애인으로 라켓을 손에 쥘 수 없어 팔에 동여매야 한다. 그러나 정신력 하나로 버텨 88서울대회 이후 총 10개의 메달을 땄다. 전도유망한 유도선수로 활약하다 대학 2학년 때 시력을 잃은 박정민(38)은 “신체적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감을 잃는 마음의 장애였다”고 털어놓는다.
이들 중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역경 속에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삶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수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95년 승마연습을 하다가 떨어져 척추마비환자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불구가 된 것은 그가 탄 말이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다 갑자기 멈춰 낙마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전신마비가 된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이것이 내 인생일수가 없다며 수없이 부인하고, 현실을 인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숨 거둘 때까지 "말을 잘못 골랐다"거나 "말이 훈련이 안 돼 불운을 당했다"는 식의 원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7년 후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겠다"며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퍼맨은 갔지만 그의 꿈은 베이징에서 펼쳐진다.
살다보면 기막힌 운명을 만나는 수도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운명은 바뀐다. 불행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수퍼맨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