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전 타이태닉호의 침몰은 오늘의 미국 금융계 침몰과 닮은 점이 많다. 또 타이태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과 미국 금융당국이 저지른 실수도 내용면에서 비슷하다. 스미스 선장의 그릇된 상황 인식과 오만, 주변의 충고 무시, 승객 속이기, 전시효과만 노린 발표, 타이태닉에 대한 당국의 감독 소홀 등은 월가의 현주소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타이태닉호와 미국금융의 침몰이 인재에 의한 비극이라는 점이다.
타이태닉호는 왜 침몰했었나. 영국-뉴욕 노선에 첫 취항하던 날 스미스 선장은 "타이태닉은 신도 침몰시킬 수 없다"고 큰소리쳤다. 배가 방수처리된 16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 이론적으로는 가라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Unsinkable'이란 별명은 여기서 나왔다. 타이태닉호는 1912년 4월 진수식이 있기 전에 이미 상식을 초월하는 규모(길이 270m, 너비 28.5m, 높이 34m)와 호화스러운 치장으로 당시의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국을 떠나자마자 이틀 만인 1912년 4월15일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가라앉고 말았다. 세계금융의 심장부인 월가가 구제금융이라는 링거주사로 연명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던가.
배의 항로는 전적으로 선장의 결정에 달려있다. 선장이 오판하면 암초에 부딪칠 수도 있고 육지로 올라갈 수도 있는 법이다. 스미스 선장은 당시 여객선계의 '대부'로 독불장군 스타일이었다. 근처를 지나던 카로니아호 등의 여객선들이 뉴펀들랜드 해협에 위험한 빙산들이 흘러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타이태닉호에 무전으로 알렸는데도 스미스 선장은 무시해버렸다. 보스가 위험신호를 묵살하면 부하들은 다음부터 그와 비슷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는 법이다. 미국경제에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것이란 경고음은 오래 전부터 울렸다. 2000년 초부터 2006년 말까지 집값이 거의 3배나 올랐다. 집값이 떨어지면 파국이 온다는 경고가 잇달았지만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미 금융당국은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한가한 소리만 했고, 월가는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떼돈 벌기에 넋을 잃었다.
스미스 선장은 영국-뉴욕 노선의 최단시간 항해기록을 세우기 위해 22노트(시속 40km)로 달리도록 명령했기 때문에 빙산을 발견하고도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키는 위기를 모면하기에는 너무나 천천히 반응했고 결국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배가 빙산에 부딪치자 놀란 승객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스미스 선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속여 희생자가 더 늘었다. 또한 구명보트가 50척은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20척밖에 없어 결국 승객과 승무원 중 3분의 2가 배에 남아있어야 했다. 구명보트가 부족해 2,207명 중 712명만 살아났으니 타이태닉의 비극은 선장의 치명적인 오판에 의한 인재다. 탐욕에 가득 찬 월가의 엘리트들과 단기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투자은행들로 인해 세계경제가 빙산에 부딪칠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금융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뿌릴 예정이다. 단기적으로 경제위기의 불길은 잡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세계경제에 '구명보트'가 될지는 의문이다.
타이태닉호의 교훈은 무엇인가.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고 자신하던 인간의 오만에 대한 대자연의 준엄한 심판이다. 미국 금융위기는 쉽게 벌어 쉽게 쓴다는 월가의 탐욕에 대한 자본주의의 심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공짜는 없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투기판은 구제금융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