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총선이 며칠 안 남았다. 이제 당을 정할 때가 됐는데도 정당별 '대표 얼굴'을 보면 망설이게 된다. 스티븐 하퍼, 스테판 디옹, 잭 레이튼- 모두 정치지도자로는 젊은 40~50대다. 보수주의자면서 중도주의자이고 진보주의자면서 보수주의자다. 이번 선거는 이슈조차 분명하지 않다.

캐나다정치는 사실상 양당제도다. 양당제도의 장점은 정치적 안정과 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양당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억지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가 그렇다. 보수당 하퍼의 인기가 예상외로 높지만 이것은 그의 정치력보다는 자유당의 디옹이 워낙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하퍼는 자칭 경제전문가이면서도 오늘의 위기상황 속에서 경제비전 하나를 제시하지 못한다. 디옹은 비전제시는커녕 항상 심각한 얼굴이다. 리더십이나 능력을 떠나 이런 선비 스타일의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은 없다.

과거 미국선거를 보면 인기 있는 후보들의 공통점이 하나있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케네디다. 케네디는 항상 미소를 지었고 닉슨은 너무 심각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터도 처음에는 백만 불짜리 미소를 보였지만 재출마 때는 초조한 모습을 보여 할리우드 미소를 짓는 레이건에게 당했다. 클린턴은 섹스스캔들에 휘말리면서도 시종 미소짓는 여유를 보여 부시를 꺾었다. 하퍼 총리도 뒤늦게 표정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는지 특히 최근 들어 수시로 미소를 보낸다. 네거티브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지만 이것이 유권자에게 어필한다.

자원전쟁시대에 캐나다는 자원부국이다. 살기 좋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정치 수준을 금세 알 수 있다. 미국 대선후보들은 "내가 변화의 적임자"라며 설전을 벌이는데 하퍼와 디옹은 "내가 현상유지의 적임자"라고 열을 올린다. 여기서 무슨 비전이나 리더십을 기대할 것인가. 그렇지만 투표장에는 가야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와 당을 찍어줌으로써 정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정치인의 수준은 바로 유권자 수준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는 이민초기부터 '일편단심 자유당'이었다. 근년 들어 보수당 지지자들이 다소 늘었지만 자유당 추종자 숫자에 훨씬 못 미친다. '자유당=이민자 정당'이란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민문제만을 놓고 봐도 자유당이 보수당보다 크게 나은 점도 없다. 하퍼 총리 집권이후 보수당은 자유당 시절인 4년 전보다 더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요즘 보수당은 연일 소수민족사회에 고개를 숙인다. 쇼라고 하지만 자유당시절에는 이런 쇼도 없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은 서로 닮아가 이념면에서 차이가 갈수록 흐려진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보수당은 이중언어·복합문화·낙태 등 주요 정책을 중도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또 밴쿠버 지역의 한국계 김연아씨를 포함, 이번 총선에서 50명의 소수민족 후보를 공천했다. 감히 자유당도 시도하지 못했던 공천혁명이다. 보수라 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진보라 해서 안정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 보수와 진보는 포커스의 차이에 불과하다.

요가나 단전호흡에서 물구나무서기는 기본동작이다. 신체 전체를 흔들어놓는 중요한 순환요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정치적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념보다는 실익이 우선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