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 속에 사실상 파산국가인 북한이 3억 달러짜리 ‘불꽃놀이’를 벌였다. 그 돈이면 북한주민 1년을 먹여 살리고 결핵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새 삶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 금쪽같은 돈을 10분짜리 이벤트를 위해 아낌없이 허공에 뿌렸다. 제정신인가.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고와 일본의 요격 위협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한 번 붙을 각오’가 돼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김정일 드라마’는 하나도 새로울 게 없는 ‘올드 무비’지만 재상영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예산의 10%에 달하는 거금을 ‘쇼’로 날려버리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2년 전 정치심리학자인 제럴드 포스트 박사가 김정일의 심리상태에 대해 심층분석한 자료를 공개,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21년 동안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했던 포스트 박사는 CIA에 ‘인성과 정치행동 분석센터’를 창설한 인물로 사담 후세인 등에 대한 분석자료를 미국대통령과 고위관리들에게 제공해 온 저명한 정치심리학자다. 그는 “김 위원장은 임상적으로 정신이상은 아니지만 여우처럼 교활하다”며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불안정한 요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의 불안정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봤다. 보통사람의 경우,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인성형성에 결정적 요소지만 김정일의 경우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인성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신적인 지위를 가졌던 김일성을 계승하면서 불안감과 열등감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포스트 박사는 또 나폴레옹과 비교하면서 김정일의 불안감은 작은 키에서 더욱 가중된다고 말했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부풀린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키(158cm)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스트 박사는 김정일이 1만5천 편의 영화를 소유한 영화광임을 지적하면서 “김 위원장은 어떻게 자신이 행동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반응할지에 대한 견해는 의심할 여지없이 영화를 통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이 2006년 북핵 교착국면 때 교범으로 삼은 영화는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The Mouse that Roared)’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레너드 위벌리가 1955년 지은 반전풍자소설을 영화화한 ‘뉴욕 침공기’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세계 최약소국 ‘그랜드 펜윅’이 핵물리학자를 납치해 최신 수소폭탄을 빼앗은 뒤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실제 뉴욕을 침공해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1959년 피터 셀러즈가 1인3역을 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나타나면 쥐는 도망가는 게 정상이다. 고양이가 나타났는데도 도망은커녕 눈을 부릅뜨고 고양이 얼굴을 쳐다본다면 ‘대형사고’가 터지게 마련이다. 고양이가 쥐를 피하든지 없애든지 둘 중에 하나다. 피하자니 고양이 체면이 말이 아니고 없애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정상적인 북한정권을 대하는 미국의 딜레마다. 부시정부는 ‘악의 축’에 말만 강경했지 실제로 강경정책을 취한 적이 없다. 가장 강경했던 조치가 마카오은행에 있던 북한자금을 동결한 정도다. 오바마정부도 부시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선제공격 옵션을 배제한다면 뾰족한 북한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불가사의 정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김정일 심리전문가인 포스트 박사는 “아무리 미국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김정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유일한 길은 미국이 그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가 김정일이 원하는 지위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씻어줄 것”으로 분석한다.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