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변은 “그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은 아마도 북한지도층 자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가 너무나 폐쇄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북한은 오래 전에 망했어야 한다.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고 경제는 파탄 났고 자원도 고갈됐다. 내부적으로 부패는 극에 달했고 마약까지 판쳐 사회기강이 허물어지고 있다. 보통나라 같으면 벌써 여러 번 폭동이나 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봐줄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용하게 버티고 있다.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를 향해 큰소리친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정권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북한을 얘기할 때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것은 ‘위대한 수령’ 체제다. 정치적 집단이라기보다는 종교적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인민에게 심어준 사상은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수령체제사상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은 신격화되어 있다.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은 추석이나 설날이 아니라 김일성부자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북한은 엄밀하게 말해 공산독재체제가 아니라 교주체제의 나라이자 김일성왕조라 할 수 있다.
왕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후계자다.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의 ‘수령후계자론’에 의하면 김정일 혈통만이 권력을 승계하게 돼 있다. 후계자 덕목으로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성심, 탁월한 영도력, 혁명사상 옹호고수 및 계승발전 등을 제시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인물은 김정일 자식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서방식 사고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왕조에서는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어명’이다.
‘어명을 받들어’ 김정운은 머지않은 장래에 후계자로 공식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력을 이어받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김정일의 경우 32살이던 1974년 노동당 정치위원으로 임명돼 20년간의 권력승계 준비 끝에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권좌에 올랐다.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카리스마를 만들어내 공산주의 사상 처음으로 세습 받은 권력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정운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김정일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까지 날려댔지만 카리스마까지 물려주지는 못 한다. 카리스마 없이는 독재체제가 유지되지 않는다.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터질까. 김정운 후계체계로 갈 것인가 아니면 권력투쟁이 벌어질까. 만약 세습제가 무너진다면 북한은 더욱 폐쇄사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개방으로 선회할 것인가. 북한에 정변이 발생, 중국이 ‘자국 이익의 보호’를 내세워 북한 땅에 물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없는가. 북한의 새 정권이 무너져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일시에 남쪽으로 몰려온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또한 북한핵무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핵을 갖고 국제사회에 통일얘기를 꺼낼 수 있을까. 산 너머 산이다.
최근 외신을 보면 김정일 사후에 대한 보도가 부쩍 늘었다. 미국국방부는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 등 김정일 사후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미국연구소들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워게임이나 비상계획을 수시로 들먹인다. 심지어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정권교체나 내전, 대규모 탈북사태 등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인 ‘작계 5029’를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이제 ‘김정일 사후’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북한은 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한반도에 엄청난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할수록 그날은 앞당겨질 것이다. 미국의 시나리오에만 기댈 게 아니라 한국인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