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뭔지 헷갈리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벌써 4개월째 접어드는 온주실협 내분 말이다. 강철중 회장이 취임한 날부터 기습적인 정관개정으로 시끌벅적하더니 이제는 협동조합이사장 자격정지문제로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합매장의 지붕만 뚫린 게 아니라 실협 천장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이러다가 폭설이라도 내리면 실협과 조합은 지붕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지붕 개·보수는커녕 전의(戰意)만 불태우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다.
실협은 지난 30여 년간 숱한 갈등과 내분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싸운 적은 별로 없었다. 더욱이 실협회장 임기 초반에 ‘아군’끼리 내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싶다. 전투의 명분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참을 수 있지만 그 어디에도 명분은 없다. 조합이사들끼리 서로 “당신은 자격이 정지됐다”며 회의장 출입을 저지하고 ‘전원 불신임’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명분과는 거리가 먼 자리싸움에 불과하다. 한인경제의 양대 축이 시장바닥으로 전락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협이나 조합의 수장(首長) 모두 지금의 위기가 위기인 줄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협동조합이 이사들의 개인사업체라면 저런 식으로 내버려두겠는가. 지붕이 2번이나 뚫렸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은행장부와 회계장부가 52만 달러나 차이가 났는데도 8개월 이상 책임공방전만 벌인다. 매장 임차료가 언제 폭등할지도 모르는데 경비절감책 하나 마련했다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4개월 전에 주인의식이 투철한 집행부와 이사회가 들어섰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임시총회를 소집했을 것이다. 반대파 축출을 위한 임시총회가 아니라 조합이 살아남기 위해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임시총회 말이다.
이번 사태를 유발한 가장 큰 책임은 실협회장에 있다. 그는 임기초반부터 자파세력 확대에 열 올리다가 끝내 자파인사끼리 치고받는 내전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물론 강 회장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희망 주는’ 실협을 만들기 위해 다수의 우군이 필요했고, 이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생긴 ‘출혈’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기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운영이 아닌 대화와 포용의 자세로 접근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별로 없다.
실협회장은 이제 더 이상 개혁이란 말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개혁이란 반대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자세로 나갔더라면 반대파들도 강 회장 쪽으로 대거 돌아섰을 것이다. 자기편이 얼마나 많으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회원들을 대하느냐에 따라 강철중호(號)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현재의 난국을 풀려면 바로 이런 현실부터 제대로 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조합이사장과의 갈등 등 각종 현안을 나란히 올려놓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일은 지난 4개월의 자중지란으로 족하다.
기부금 받았으면 결산 공개해야
단체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의 하나는 투명성과 신뢰도이며 이 두 가지의 가장 정확한 척도는 공금관리상태다. 특히 기부금 같은 공금에선 투명한 관리가 생명이라 할 수 있다.
북부토론토한인번영회가 작년 9월 개최했던 ‘한가위 한인대축제' 결산을 5개월 가까이 미루고 있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선뜻 이해가 안 된다(5일자 A1면). 번영회 측은 “후원금, 부스임대료 등 모든 행사경비의 정산은 이미 완료했지만 결산공고를 위한 광고비가 확보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는데 설득력이 모자란다. 번영회 주장대로 결산광고비가 없다면 언론사에 기사의뢰를 해서서라도 행사 수지(收支)에 대한 내역을 밝혔어야 했다. ‘한가위축제’ 이상의 큰 규모 행사인 ‘단오제’와 ‘워커톤’의 경우 행사 한 달 이내에 결산을 끝내고 언론사에 공고했다.
과거 한인단체들은 모금만 중시하고 결산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근년 들어 많이 개선됐다. 최근 본보에 결산공고를 낸 한인장학재단과 조이모자선교회 광고를 보면 기부금과 기부물품 내역을 상세히 밝혔다. 전자의 경우 수입·지출 내역을 덧붙였고 후자는 광고로 후원한 신문사들 이름까지 공개했다.
‘남의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거나 행사를 치렀다면 수지내역을 명백하게 밝힌 결산서를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결산서 검토를 회계사에 의뢰해야 한다. 회계사가 감사한 결산서를 공개할 때 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진다. 투명성과 신뢰도는 기부자 증가로 이어진다.
아울러 모금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해야 한다. 북부토론토한인번영회의 경우, 아직 정부에 등록하지 않았는데 세금공제영수증을 발행, 기부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등록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