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 성화가 켜졌다. 한겨울 추운 가슴을 녹여줄 성화다. 그래서 대회 슬로건도 ‘뜨거운 가슴으로(With Glowing Hearts)’인가.

인류 최대의 겨울축제인 제21회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앞으로 17일간 지구촌은 84개국 2,600명의 선수들이 펼칠 ‘젊음과 감동과 환희의 순간’들을 함께하게 된다. 올림픽이 너무 상업화했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며 민족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소리가 높지만 그래도 올림픽만큼 인류 평화와 화합을 다지는 자리도 없다. 인종과 종교, 이념의 벽을 넘어 ‘뜨거운 가슴으로’ 한 데 어우러지는 축제 중의 축제가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이 땅에서 펼쳐진다. 한인들도 올림픽개최국 구성원의 일원으로 자긍심을 갖고 지켜보자. 한국뿐 아니라 캐나다선수들에게도 성원과 격려를 보내자.

이번 올림픽은 불경기와 이민생활에 지친 한인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점화하는 감동드라마가 될 것이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있고 세계최강인 한국 쇼트트랙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둘만 생각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기에 스피드스케이팅이 속도를 내면 한국은 2회 연속 종합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우리나라’인 캐나다는 어떤가. 스포츠 전문가들은 금메달 10개를 획득, 우승 아니면 준우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두 나라 모두 승리의 역사를 쓰게 될 가능성이 많다. 겹경사가 아닌가. 올림픽정신은 승리보다는 참가에 있다고 한다. 맞는 소리다. 하지만 선수나 응원하는 사람 모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승리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경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게 마련이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환호하면서 “나도 이겨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 국민, 국가 모두 윈윈게임이다.

맹목적 애국주의와 금메달지상주의에 빠지자는 소리가 아니다. 라이벌과의 경쟁에선 졌지만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라면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승자임에는 분명하다. 그들에게도 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지고도 이기는 자리, 그게 올림픽이다.

올림픽의 또 다른 묘미는 젊음의 대축제라는 점이다. 물론 노장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30세 미만이다. 지구촌의 정치판은 50대 이상이 좌지우지하지만 올림픽은 젊은이들의 세상이다. 젊음이 뿜어내는 열기는 지구촌을 젊게 한다.

여기에 빙상의 별들이 총출동, 인간승리 드라마를 펼친다. 한국 최초로 피겨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연아, 바이애슬론(스키+사격)의 전설 올레 아이나르 비요른달리, 피겨황제 예브게니 플루셴코, ‘빙속의 펠프스’ 샤니 데이비스, ‘플라잉 토마토’ 션 화이트 등 스타들의 비상(飛翔)을 보며 우리의 꿈과 희망도 비상한다. 올림픽 바깥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 밥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바이애슬론 등 평상시 언론이 외면하는 스포츠종목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상 최대의 각본 없는 겨울드라마가 시작됐다. 뜨거운 가슴으로 즐기며 생활의 활력소로 삼자.


도요타참사...정직이 최선이다

“누가 일본의 나아갈 바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도요타를 바라보게 하라.” 2000년대 초 장기불황 속에 도산이 속출하면서 일본기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도요타가 승승장구하자 일본사회서는 ‘도요타 배우기’ 운동이 일어났다.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을 지키는 도요타의 성공에 기업은 물론이고 행정, 교육 등 모든 기관들이 도요타경영기법 도입에 열을 올렸다.

일본에서 도요타는 자동차뿐 아니라 사람을 잘 만드는 회사로도도도 통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우수한 인력양성이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80년대 초 나고야에 설립한 도요타공대는 4년제에 대학원의 석·박사과정까지 운영한다. 기업부설의 전문대 수준이 아니라 일본 사립대학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명문대다. 또한 도요타는 7년 전 일본의 대학·기업을 통틀어 정규 박사학위과정을 갖춘 대학원을 미국에 처음 설립했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위한 장기포석의 일환이다.

도요타는 일본에서 단순한 기업의 의미를 넘어선다. ‘도요타 가는 곳이 일본의 길’일 정도로 ‘일본주식회사’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런 기업이 리콜사태로 치명적인 시련을 겪고 있다. 아무리 세계 1위라도 한눈팔면 추락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요타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정직하라는 것이다. 도요타를 위기에 처하게 한 원흉은 라이벌회사가 아니라 바로 도요타 내부에 자리잡고 있던 자만심이다. 3년 전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우를 범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 새롭게 들리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