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실협 명의로 발행된 50달러짜리 ‘위조상품권’ 논란에 대해 김근래 실협전무는 18일 “내가 복사해 나눠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19일자 A1면). 김 전무는 ‘정확히 언제 열린 총회에서 복사본 상품권을 나눠줬느냐’는 본보 질문에 “그건 알 필요가 없다. 만약 발행한 쿠폰매수와 조합에서 정산 후 청구한 금액에 차이가 난다면 차후 협회 내부감사로부터 내가 질책을 당할 일이지 왜 조합이나 언론에서 문제 삼느냐”고 반문했다. 실협 실무책임자의 말을 들어보면 협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운영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김 전무에게 묻는다. 현금과 같은 효력을 지닌 상품권을 회장단이 아닌 전무가 독자적으로 복사, 유통시켰다는 것을 믿을 회원들이 있다고 보는가. 설사 현장에서 상품권이 모자라 사본을 급조할 필요가 있었다 해도 회장단의 친필서명을 받은 후에 배포하는 게 상식이 아닐까. 일개 동창회에서도 그런 식의 ‘짝퉁’ 상품권을 발행하진 않는다.

작년 10월 강철중 회장 취임 이래 뿌려진 협동조합 상품권에 대해 그간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이번 ‘위조본’은 그런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터진 것이다. 회원들은 당연히 사건의 진상을 알기 원할 것이며 또한 그럴 권리가 있다. 마땅히 신문이 보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김 전무는 “왜 언론에서 문제 삼느냐”고 오히려 화살을 신문사에 돌린다. 기가 찰 노릇이다. 한인 최대 경제단체의 금고에서 ‘돈 새는’ 소리가 나는데 외면하란 말인가. 기사화 여부는 신문사가 판단할 일이지 협회전무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 그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것 역시 회장단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전무가 할 소리가 아니다. 더욱이 이번 문제는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월권적인 얘기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해서도 안 된다.

강 회장에게 묻는다. 협회 최고책임자로서 쿠폰 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통된 상품권은 위조본이 아니라 복사본”이라는 김양평 부회장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회장단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즉각 취했어야 하지 않을까. ‘번지수 없는’ 쿠폰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왜 협회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쿠폰을 발행, 문제를 계속 일으키느냐다. 쿠폰을 돌리지 않으면 총회 성원이 안 되는가, 아니면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인가. 어느 이유로든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집행부가 이런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면 지금까지 발행한 상품권의 총액과 배포목적 및 배포처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한 금전문제가 터졌는데도 내부감사들은 무엇하고 있는가.

김철영 협동조합운영이사장도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짝퉁’보다도 엉성한 복사본을 현금 취급했다는 것은 조합 회계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붕에 이어 계산대마저 구멍이 뚫렸는데 긴급복구에 나서야 할 게 아닌가. 지금까지 결제해준 상품권 발행일자와 규모 등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만약 실협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조합의 선제적 발표가 진상규명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협은 이번 사건을 경찰에 의뢰하는 방법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찰이 일개 단체의 쿠폰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가. 경찰에 맡기겠다는 것은 회원들에겐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우선은 협회차원에서 조사, 진상을 밝힌 후 위조행위가 드러나면 그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늦지 않다. 협회공금이 아무런 근거 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관할 회원들은 없다. 이번 사건은 강 회장 취임 후 잇달아 터진 여느 사건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한국 신세대의 “불가능은 없다”

밴쿠버에서 ‘꿈은 계속 된다’. 월드컵 4강신화가 겨울올림픽 ‘빙속신화’로 업그레이드됐다. 외신들은 한국이 쇼트트랙이 아닌 ‘롱트랙’에서 금·은메달을 따내자 “이변이 일어났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빙상의 ‘살아있는 전설’인 에릭 하이든도 “도대체 어디서 온 선수들인가”라며 감탄할 정도다.

모국선수들의 질주를 보면서 가장 놀란 것은 외국선수나 외신들보다는 실은 한국인 자신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동양선수들에겐 무덤 같은 종목에서 금을 캐낼 수 있을까. 그것도 전쟁과 고생을 모르고 자란 ‘철부지’들이 해냈을까. 믿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감동이 더해진다. 한국인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계속 정진한다면 못 넘을 벽이 있을까. 감동을 넘어 무한한 자긍심과 용기를 준다.

겨울올림픽은 예전 ‘헝그리정신’으로 상징되는 불굴의 투지만으론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꼽힌다. 대대적인 자본투자와 첨단 스포츠과학이 뒤따라야 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4년 전 토리노겨울올림픽 이후 ‘밴쿠버 프로젝트’를 펼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모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이 빙속신화의 견인차역할을 했다. 이런 토양 위에 모태범과 이상화의 피나는 노력이 금빛결실을 맺은 것이다. 신세대의 질주에서 모국의 내일을 본다. 그들의 꿈과 투지를 이 땅의 2세들도 이어받았으면 한다. 모국선수단이 남은 경기에서도 선전,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미지를 캐나다에 널리 심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