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압박감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피겨의 전설인 미셸 콴도 발진(發進)에 실패한 길이다. 그 길을 金연아가 뚫었다. 롱프로그램을 지켜보는 한인들의 가슴은 쿵쿵거렸다. 혹시나 실수하는 건 아닌지 긴장한 탓에 4분10초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이 차분하고 우아하게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한계에 대한 도전에서 이겼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정말 대단한 김연아다. 외신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겨 연기”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올림픽은 그녀의 것이었다. 경기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고 극찬했다. 또한 이 신문은 “올림픽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김연아 자신이 잘 알고 있었으며 최고의 선수들이 실패하는 모습도 영상을 통해 수없이 봐왔다”고 전하며 ‘여왕’의 의연함을 높이 평가했다.
왕년의 미국 피겨스타들로 구성된 NBC 해설진은 “오 세상에! 이 무대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여왕폐하 만세(Long live the Queen)”라고 외쳤다. 한국언론인지 미국언론인지 헷갈릴 정도다. AP통신은 “그녀는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 위를 미끄러져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며 한국인들만 열광한 게 아니다. 외신들도 아낌없이 열광했다. 그의 투지와 집념은 세계인의 가슴 속을 흔들어 놓았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金연아 신화’가 이 땅에서 탄생한 것을 지켜보는 한인들의 가슴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을 것이다. 김연아의 비상(飛翔)이 1세들의 자신감 회복의 드라마가 되고, 김연아의 꿈이 우리 2세들의 꿈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밴쿠버겨울올림픽은 코리아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슬로건처럼 한인들에게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왔다.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은 한국의 올림픽역사를 새로 썼다. 올림픽을 넘어 내일의 한국을 보여주었다. 이런 신세대들이 사회 각 방면에서 약진한다면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도 앞당겨질 것이다.
이제 내일(28일)이면 올림픽성화가 꺼진다. 모처럼 행복했던 시간도 지나간다. 하지만 올림픽 별들의 꿈은 간직하자. “꿈은 이뤄진다”고 말한 그 별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배웠다. 밴쿠버신화를 한인사회 제2의 도약을 향한 도전의 계기로 삼자.
‘시니어회 출범’ 주목하는 이유
토론토에 노인회가 하나 더 생긴다. 초기이민자들과 서독동우회 회원 등 10여 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북부지역에 사는 시니어들을 위한 단체를 올 상반기에 창설키로 의견을 모았다. 발족대회 기초작업을 맡은 한인사회 봉사마당발 김영배씨는 “한인보다 숫자가 적은 민족들도 여러 개의 노인회를 갖고 캐나다정부 혜택을 받으며 운영 중”이라면서 다른 지역에도 모임이 구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24일자 A1면).
‘제2노인회’ 창설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견해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노인회가 건재한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 할망정 핵분열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론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단체에서 분열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활동범위가 미치지 못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적극 환영할 일”이라는 찬성론이다.
커뮤니티에 단체가 워낙 많고 내분이 잦은 탓에 ‘새 단체 창설’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시니어모임 창설 건은 종전의 감투싸움으로 인한 ‘분가’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우선 ‘북부시니어회(가칭)’는 자립을 표방한다. 동포사회나 모국정부의 재정적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회원들의 순수한 후원금과 봉사활동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만약 그들의 취지대로 단체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 ‘시니어회’의 성격이 기존의 노인회와는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이란 점이다. 사실 노인회가 블루어에 위치한 관계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때문에 그간 한인사회에서는 노인회가 광역토론토 곳곳에 지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시니어회’는 이런 공백지역에 설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노인회 측에서 새 단체 운영에 일조하는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인어르신이라면 넓게 보면 누구라도 ‘노인회원’이 아닌가.
평균수명이 80인 장수시대다. 한인어르신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 많은 어르신들이 취미생활과 여가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거주지 인근의 ‘시니어회’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 토론토 북부만이 아니라 동부에도 서부에도 창설됐으면 한다. 자생의 길을 걷겠다는 ‘북부시니어회’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커뮤니티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