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실협 협동조합(도매상) 매장 3곳을 합친 크기의 초대형 도매상(MVR Cash and Carry)이 오는 31일 노스욕에 문을 연다. ‘MVR’은 협동조합 오퍼스 본점매장과 불과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전문적인 운영체제로 온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도매 거인’이다. 가뜩이나 운영난에 시달리는 협동조합으로서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개인편의점에 비유하면 인근에 대형 세븐일레븐 체인점이 오픈하는데 당장이라도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실협이나 조합 내에서 비상대책을 강구해보자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진짜 위기가 닥쳤는데도 위기인 줄도 모른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단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MVR사단’이 첫 출격하는 날에 실협과 조합은 본격적인 내전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의병을 모집해도 힘겨운 판인데 우군의 병력을 둘로 쪼개는 임시총회를 각각 소집하는 것이다. 적이 오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자파세력이나 키워보겠다는 심보 아닌가. 만약 앞으로 조합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걷게 된다면 ‘자파’가 무슨 소용 있는가. 너무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태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실협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한가롭기만 하다. 그는 “MVR의 새 위치는 사실 교통이 그리 편리한 곳이 아니다. 입지 면에서는 오퍼스매장이 가장 뛰어나다”며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갖추면 누구와 경쟁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리만 좋으면 살아남는가. 협동조합 형편상 물건 값을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내릴 수 있는가. 내릴 여력이 있다면 왜 그간 못 내렸는가. 또 친절한 서비스는 말로 쉽게 해결될 문제인가.

현재 조합운영권을 갖고 있지 않은 실협회장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다소 무리인 줄은 안다. 그럼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의 조합관에 대한 속뜻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는 실협집행부가 조합운영권을 장악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반 년을 되돌아보면 불행하게도 공감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강철중 회장이 취임한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실협은 소모전만 벌였다. 반대파와의 갈등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이젠 회복불능상태로 보인다. 고구마줄기처럼 얽히고설킨 대립과 반목의 뿌리를 들춰보면 예상외로 간단하다. 조합의 주도권문제다. 강회장 측과 김철영 조합이사장 측의 끝없는 주도권싸움으로 한인사회의 양대 경제단체는 유례없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런데도 화해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협과 조합의 전직 회장 및 이사장들의 조언조차 무시되는 형국이다. 실협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들어 참다못한 일부 회원들이 실협회장 ‘탄핵론’을 들먹이고 있다. 물론 그에게 오늘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조합이사장과 반대파 등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화살은 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협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사태가 더욱 꼬이게 됐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은 탓이다.

실협회장은 이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라도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마이동풍’을 고수할 것인가. 그에게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다. 절체절명의 비상시기에 회원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성폭행사건과 언론보도

토론토 C교회 집단고소사건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성폭행사건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탈선종교집단의 스캔들로 옮겨가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큰 관심을 보였던 한국언론은 물론 캐나나다 주류언론들도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이미 보도방향을 선회했다. 글로벌TV·시티뉴스 등은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송재갑 목사가 있으며 사이비교회(cult)와 연관된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토론토에서 일어난 전례를 찾기 힘든 대형사건인 만큼 한인언론이 철저히 파헤쳐야 된다는 여론과 창피하고 민망한 사건을 거론하면 할수록 한인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라는 시각이다. 둘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소리지만 후자에 대한 본보의 견해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종교를 영롱한 이슬방울처럼 여긴다. 종교의 가르침을 유념하면 그런 묘사는 정당하고 적절하다. 하지만 종교도 여타 사회제도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사회 안에 있다. 조직과 구성원이 있고 돈이 필요하고 여타 사회의 제도와 경쟁하고 마찰도 빚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심에서 종교를 제외할 수가 없다. 특히 종교교리나 신앙활동이 사회의 규범 및 질서와 상반된다면 언론은 당연히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개인신앙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단순 성범죄로 간주, 대충 넘어갔다면 사건의 본질은 수면 아래로 잠복했을 수도 있다. 언론이 본연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언로가 막힐 때 그 사회나 조직은 부패하며 결국 폐해는 고스란히 구성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한인종교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상적인 신앙생활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질서와 갈등을 빚는다면 '빛과 소금'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