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빙빙 돌리지 않겠다.

이미 늦었다. 더 이상 질질 끌지 않는 게 그나마 회원과 한인사회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 여겨지기에 단도직입적으로 권한다. 강철중 실협회장과 김철영 협동조합운영이사장은 함께 용단을 내리기 바란다.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말을 떠올려도 좋을 듯싶다.

3월31일 협동조합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에 두 곳에서! 실협회장과 조합운영이사장이 ‘동시에 따로’ 임시주총을 연 것은 사상 처음이라 한다. 서로 “내가 여는 총회만 합법, 상대방 총회는 불법”이란 억지주장도 판박이다.

실협회장은 조합이사장의 자격을 박탈하고 이에 질세라 조합이사장은 실협회장을 파문했다. 막장드라마는 이것으로 족하다. 두 사람은 이미 실협과 협동조합 대표로서 입지를 잃었다.

전성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편의점사업은 한인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현재 실협에 등록된 회원 수는 2천 명에 육박한다. 종업원, 가족까지 합하면 편의점 관련 인구는 1만5천 명 안팎. 온타리오 한인인구는 대략 10만 명. 인구 대비 15% 이상이 편의점업계에 의존하는 셈이다. 캐나다한인치고 직간접으로 편의점 사업과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명분상, 의전상 맨 앞 서열을 차지하는 단체는 당연히 한인회다. 그러나 먹고사는 실질적인 문제, 조직력과 회원에 대한 구속력, 한인사회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실업인협회야말로 최대·최강의 단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의 거대 유통기업을 부대사업체로 거느리고 있다. 북미에서 소수민족 이민자들이 이렇게 막강한 경제단체를 키운 사례가 없다 한다. 실협과 협동조합은 회원뿐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의 자랑이다.

바로 이 실협이 표류하고 있다. 벌써 6개월째다.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대부분의 한인들은 실협 말만 나와도 ‘신물이 난다’는 표정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고 회원들에게, 한인사회에 상처만 주는가.

책임은 강철중 회장에게 있다. 그 다음 김철영 운영이사장에게 있다. 반복한다. 두 명 모두 실협을 위해,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해 동시에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다. 이유를 들겠다.

첫째, 실협과 조합이 당신들의 사유물은 아니다.

감정싸움은 할 만큼 했다. 옹고집도 이 정도면 됐다. 두 사람은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아직도 남은 게 있는가?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신들만 모르는가?

둘째, 싸움질에 올인할 만큼 경제환경이 한가롭지 못하다.

지금 모두 아우성이다. 경제가 회복된다 한들 미안한 얘기지만 그 햇살이 한인들 편의점까지 골고루 퍼지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고난을 뚫기 위해 실협과 협동조합이 똘똘 뭉쳐 전략적인 실천을 해도 부족하다.

셋째, 강철중 회장은 지난 6개월 무엇을 했는가.

취임과 동시에 강 회장이 보여온 파행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좋다. 그건 개인 특성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을 앞세워 분열과 결과적인 반개혁을 가져온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수 회원들에게 그리고 한인사회에 준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

넷째, 김철영 이사장의 ‘흉내내기’ 엇박자도 이해하기 힘들다.

상대방이 징계하면 징계로 맞서고, 상대방이 총회를 열면 총회로 응답하고. 어찌 보면 협동조합운영이사장 자리가 실협회장보다 가볍지 않다. 그런데 김 이사장 역시 협동조합 경영개선은 몰라라 제쳐두고 강 회장과의 싸움에 몰입한 잘못 결코 작지 않다.

다섯째, 동반퇴진 아니면 대안이 없다.

소송엔 소송으로, 인원동원엔 더 많은 동원으로, 욕설엔 더 심한 욕설로. 현재 싸움 양상이다. 끝이 없다. 오죽하면 ‘김철중 강철영’ ‘도토리 키재기’란 말이 나왔겠는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 이제 끝내야 할 때때다.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화해나 중재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혹자는 이를 양비론으로 오해할 수 있다. 아니다. 양비론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대상을 가리켜 모두 틀렸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 편이다. 그 한 편이 틀렸고 다른 편인 다수회원과 한인사회는 결코 그르지 않다.

동반퇴진 요구에 문제는 있다. 적법하게 뽑힌 실협회장과 조합이사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론 없다는 점이다. 정관상으론 불가능하다. 물론 정관을 그 자리에서 개정하고 일을 뚝딱 해치우는 관행이 최근에 횡행하고 있지만 그건 안 된다.

회원들 여론을 결집하는 것 외에 길이 없다. 최근 참다못한 일부 회원들이 ‘탄핵론’을 들먹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불행이다. 두 사람 동반퇴진 결단 외엔 바람직한 해결책은 없다.

또 하나 걱정이 있다. 실협과 협동조합은 한시도 수장이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될 중요한 조직이다. 두 사람의 동시 공백이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세력으로부터도 거부당하지 않는 중립 원로들이 과도기 동안 경영과 새 집행부 구성을 맡아준다면 이 또한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강 회장과 김 이사장은 억울할 것이다. 직선으로 뽑혔는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물러나라고 하니 분할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당신들과 대다수 회원, 한인사회의 불행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딱 하나 두 사람이 칭찬받을 일이 있다. 서로 자격박탈을 주고받았다. 상대방의 앞길을 정확하게 가르쳐줬다는 점에서 선견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