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다.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도요타(Toyota)는 공통점이 많다. ◆이름이 T자로 시작하고 ◆해당분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지존(至尊)이었으며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서 ◆세상을 시끄럽게 했는데도 ◆처음엔 모르쇠 또는 변명에 급급하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결국 급전직하(急轉直下) 추락하고 말았다.
공감한다. 그래서 이번 매스터스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다. 더욱이 대한남아 ‘탱크’ 최경주와 나흘 내내 동반 플레이를 펼쳤으니 한인들에겐 타이거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눈에 확 띄는 건 타이거가 남의 시선을 무척 의식한다는 점이었다. 필자도 골프를 밥 다음으로 좋아한다. 따라서 골퍼들이 종종 엽기적이거나 미성숙한 행동을 보여도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다. 타이거는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갤러리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땅을 내려찍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아예 클럽을 팽개치곤 했다.
이런 행동을 보고 “챔피언답지 못하다”며 혀를 끌끌 차는 이도 있지만 오히려 고독한 세계 정상의 인간적인 면모에 연민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필자는 후자 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화가 날 때마다 안으로 안으로만 삭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안쓰러웠다. 마지막 라운드, 특히 12번 홀에서 1.5미터 정도 짧은 퍼팅이 빗나갔다. 홧김에 60센티미터 거리에서 툭 쳤지만 또 헛방. 세 번 만에 겨우 홀에 집어넣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주먹을 휘두르거나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 숙인 채 한바탕 욕설을 내뱉었을 것이고 두 번째 그 터무니없는 실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는 허공만 한참 응시할 뿐이었다.
3라운드 때 혼잣말로 조그맣게 욕설을 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옛날 버릇이 모르는 사이에 도졌는지도 모른다. 대응은 확연하게 달랐다. "기억은 못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사과한다"며 몸을 낮췄다. 6주간 재활기관 훈련 덕분만은 아닌 것 같았다. 뼈를 깎는 자기성찰로 믿고 싶었다.
이런 타이거에게 팬들도 따뜻했다. 야유나 조롱은 없었다. 대회기간 내내 섹스 스캔들에 대한 질문은 아예 사라졌다. 타이거가 나타날 때마다 수천 명의 갤러리들이 한 목소리로 “타이거”를 외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물론 함께 경기한 최경주도 “케이 제이 초이”라는 함성을 한껏 즐겼다.
역시 타이거였다. 프로 선수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5개월간의 지옥같은 공백을 딛고 명인열전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함으로써 아직은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아님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줬다. 매스터스는 ‘바람황제’로 전락한 ‘골프황제’의 복위가 시간문제임을 보여준 대회였다.
또 다른 T, 도요타. 과연 제2의 타이거 우즈가 될 수 있을까.
자동차업계 정상자리를 어느 날 갑자기 차지한 게 아니듯 호락호락 무너질 리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론 옛 영화(榮華)를 재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악취가 풍기면 아예 뚜껑을 덮어라.” 월스트릿저널이 도요타사태가 한창일 때 기사에서 인용한 일본 속담이다. 이 신문은 아예 도요타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했다. 이어 “주식회사 일본(The Japan Inc.)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이 경제기적을 불러왔지만, 이제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월스트릿저널의 진단이 다소 과격하지만 도요타가 사태의 본질을 잘 인식하지 못한 점은 제대로 본 것 같다. 경영전문가들은 도요타 위기를 사내 소통부재에서 원인을 찾는다. 회사에 대한 잘못된 충성심이 소비자 경시로 이어져 시장과 경영의 단절이 생겼다는 것. 또 뚜렷한 위계질서가 기업 내부 문제를 드러나지 않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인은 세계 1등으로서 욕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무리한 확장과 물량 공세 앞에서 부품의 품질, 소비자 민원, 사고신고는 무시당하고 덮이기 일쑤였다.
아직도 일본정부나 당사자인 도요타, 적지 않은 일본인들은 도요타사태를 미국의 음모 때문이라 믿는 듯하다. 음모든 아니든 그게 중요할까? 일본기업의 자랑, 특히 도요타의 특징이었던 장인정신이 무너졌는데 말이다. 이를 스스로 잘 알면서도 굳이 밖에서만 핑계를 찾으려 하는 모습이 개운치 않게 다가온다. 이래서 도요타는 제2의 타이거 우즈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T, 토론토한인사회. 소란 벌이는 주동자 몇 명을 6주, 아니면 6개월간 재활기관에 보내면 타이거 우즈처럼 새 사람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