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5쌍 중 1쌍이 ‘민족외결혼’을 하고 있다. 연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6년 인구센서스 자료 분석에 따르면 한인 19.5%가 다른 인종이나 민족과 결혼한다(4월22일자 A5면). 이같은 비율은 같은 동양계인 일본계(74.7%)나 필리핀계(33.1%)에 비해 많이 낮지만 한인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치다. 통계청의 이번 자료는 4년 전 집계로 ‘민족외결합’이 지금은 이보다 더 많아졌을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유색소수민족의 경우 4년 전 기준으로 1세대는 12%가 다른 인종·민족과 결합한 데 비해 2세대는 51%, 3세대는 68%에 달했다. 앞으로 한인사회의 ‘얼굴’이 크게 바뀐다는 뜻이다.

한인이민연륜이 쌓이면서 민족외결혼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70년대 이민가정 자녀들이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80년대부터 집집마다 일가친척 중 타민족·인종 며느리나 사위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결혼식장에서 한인이 아닌 축하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이 아닌 시대가 됐다. 족외혼이 급증하는데도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서운하게 생각하는 한인부모들이 많다. 한인이 아닌 사위나 며느리를 맞는 부모들은 상당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결혼을 막아보려고 설득하고 싸움도 하다가 결국은 두 손을 들고만 사연들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단일혈통이 민족의 자랑인 한인들에게 족외혼은 충격이고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캐나다 같은 다인종사회에서 타민족과 어울리며 자라도록 교육받은 우리의 2세들에게 ‘족외혼 불가’는 설득력이 없다. 성년이 돼서 이민해 언어장벽으로 캐나다사회나 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부모세대와 달리 2세들은 타민족과 같은 언어, 같은 문화 속에서 같은 캐나다인으로 자랐다.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과 애정은 인지상정이고 그만큼 족외혼 가능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일부 한인부모들이 서운한 감정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타민족에 대한 커뮤니티의 거부감도 일부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괜찮지만 남이 어떻게 볼까”가 문제라는 것이다. 다민족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금을 긋는 것은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로 가두는 일이다.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하고 타민족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걷어내며 이해부족의 장벽을 헐어내는 성숙함이 커뮤니티에 필요하다.

우리는 단일민족 ‘배달겨레’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멀리는 아라비아에서, 가까이는 중국·일본·베트남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핏줄이 섞여있다. 한국도 혼혈의 나라다. 단일민족이란 ‘허구의 신화’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인종과 문화는 섞일 수밖에 없고 섞일수록 강해진다는 사실은 캐나다와 미국 같은 다민족사회가 증명해주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갖는 게 커뮤니티의 발전은 물론이고 인류사회에 대한 기여에도 도움이 된다. 민족외결혼에 대한 편견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한인사회의 현지화도 빨라질 것이다.


‘365일 오픈시대’ 이제라도 변해야


가뜩이나 힘든 한인소매업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 토론토시의회 산하 경제개발위원회는 지난 22일 크리스마스·부활절 등 법정공휴일(Statutory Holiday)에 대형소매업체들이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조례안을 5-1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23일자 A1면). 만약 이 법안이 내달 11~12일 열릴 본회의에서 가결된다면 토론토의 대형쇼핑몰 등 모든 소매업체들은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토론토시는 그간 다운타운 이튼센터와 워터프론트센터 등 일부 ‘관광지역’을 제외하곤 공휴일영업을 금지해왔왔다.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이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면 편의점 등 소형업소들이 더욱 불리해질 것이란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대형업체들이 1년에 9일을 더 영업함으로써 빼앗기는 고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쇼핑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그곳은 연중무휴 오픈한다”는 사고가 굳어지면 개인소매업체를 찾는 발길이 더욱 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토론토의 공휴일영업은 도미노효과를 일으켜 인근 도시로 확산될 수 있는 바, 앞으로 소매상인들은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 법안은 최종관문을 남겨놓고 있지만 시의회분위기를 보면 통과될 확률이 높다. 80~90년대 일요영업 반대캠페인의 간판주자였던 하워드 모스코 시의원조차 “이 문제에 대해 백기를 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휴일영업이 대세인 시대다. 토론토의 ‘소매전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일요영업시대는 24시간 오픈경쟁을 불러왔고 공휴일영업은 무한경쟁시대를 예고한다. 설사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는 비즈니스가 설 땅은 없다. 한인업소들이 변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무능하고 싸움판만 벌이는 온주실협에 더 이상 기대 걸 것도 없다. 자력이나 동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고 유망한 업종을 찾는 데 힘을 쏟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