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부름을 받아 나섰다가 차디찬 물속에 갇혔고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한 산화자가 6명이나 된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죽음이다. 5천만 모국인들과 800만 해외동포들이 제 자식과 형제를 보내는 마음으로 애통해하는 까닭이다.

천안함 참사로 숨진 46명 용사에 대한 영결식이 지난 29일 엄수됐다. 천안함은 침몰됐지만 그들의 고귀한 희생만은 영원히 침몰돼서는 안 되겠다. 침몰원인을 반드시 밝혀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제2, 제3의 천안함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그런 각오 없이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로만 백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천안함사태는 한국군이 외부로부터 공격당한 중대한 국가안보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바로 해외동포의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문제겠지만 강 건너 불로 생각하는 것도 한국인의 자세가 아니다. 조국이 없다면 해외동포도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5주간 모국인은 물론 이곳 한인들의 관심도 온통 천안함에 쏠렸다. 1,200톤에 달하는 전투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나는 것을 보면서 군사강국, 정보기술 강국, 경제강국이 이렇게 무기력한지를 생각하는 한인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누구의 소행인지를 뻔히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한국의 처지를 보며 분단의 비극을 새삼 실감하는 한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천안함사태를 미국의 9·11에 비유하는 외국언론들도 있다. 미국은 9·11테러 때 하나가 되었다. 초대형 테러 한 방에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 ‘그라운드 제로’ 앞에서 그들은 단결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사태 초반에 정부는 말을 바꾸고 군은 떠밀리듯 정보를 공개해 불신을 자초했고 인터넷에는 지금도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어뢰 한 방에 군함이 아니라 나라가 두 동강날 판이다.

이곳 한인사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와 진보 두 쪽으로 나눠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본 한국일보 인터넷게시판을 보면 천안함사태가 이념논쟁과 색깔론으로 번져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정작 성토해야 할 상대는 군함을 공격한 세력인데 아군끼리 치고받는 격이다.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구성원의 다름도 인정하지 못하는 좁은 속으로 무슨 통일과 민족을 얘기하는가. 이 와중에 피해자인 남한을 비방하고 북한을 비호하는 주장을 펴는 자들도 있다. 참으로 우려된다.

천안함 침몰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지만 내부원인이 아니라 외부요인에 의해 격침된 게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의 영해에서 한국군함을 직접 공격할 상대가 지구상에서 북한 외에 또 있을까. 국제법상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은 국가는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위권은 급박하고 현존하는 무력공격에 대한 일시적 대응으로 지금 한국으로선 버스가 지나간 뒤 손 흔드는 격이다. 안보리 제재도 중국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남은 건 해상봉쇄조치 정도다. 북한은 남한의 이런 사정을 꿰뚫어보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위기대응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북한의 도발은 끊이질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보복’ 천명은 주목할 만하다. 김 총장은 46용사 영결식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고통을 준 세력들을 끝까지 찾아내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라고 거듭 다짐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이 ‘그라운드 제로’에서 벗어나려면 그 정도의 각오는 진작 섰어야 하는 법이다. 적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도 ‘부자 몸조심’하는 나라를 그 누가 얕보지 않겠는가. 그 이전에 그런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국가가 영토와 자국민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적은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마련이며 국민은 그런 나라에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북한은 동포지만 동시에 동포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호전적인 정권이다. 동포와 호전 정권은 구분해야 한다. 각종 질병으로 죽어가는 북녘 어린이들에게 의약품 지원 같은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그래도 계속돼야 한다고 보지만 도발을 일삼는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조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 어떤 대응을 선택하든 조국이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우리도 마음으로나마 성원을 보내고 관심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