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선 지난 300만 년 동안 해마가 살아본 적이 없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에드워드 마키라는 미국 하원의원이 의회 청문회에서 행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멕시코만에는 바다코끼리나 바다사자도 살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월드컵에 가려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지금 멕시코만에선 사상 유례없는 대재앙이 진행중이다. 바다 깊은 곳에서 기름을 뽑아 올리다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지난 4월20일 심해유전 시추시설 폭발사고 이후 백방으로 손을 썼으나 아무 진전 없다. 지금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앞바다엔 속절없이 시커먼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고 당사자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에너지기업 BP(British Petroleum).
해양유전을 개발하는 한 이같은 위험은 상존한다. 자동차 수억 대가 전 세계 도로를 달리고 무차별적인 대량소비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더 많은 석유가 필요하다. 땅에서 석유가 안 나오면 모래라도 짜내야 하고 얕은 바다에서 캐지 못하면 더 깊은 바다로 갈 수밖에 없다.그러다보니 1,500m 심해유전 개발도 특별한 게 아니다. 잠수정도 접근하기 힘든 바닷속에 정밀 로봇과 중장비를 내려 보내 시추선 위에서 카메라를 보며 바닥을 파낸다. 이런 시추를 1km 떨어진 곳에서 원격조종을 통해 뇌수술을 진행하는 일과 비유하기도 한다. 대단한 기술이다.
복잡하고도 첨단적인 기술로 기름을 발견하면 말 그대로 “심봤다”를 외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0.01% 사고확률이라도 현실화된다면 전 인류의 재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만 비극이 바로 이 경우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유전개발회사들은 사고 방지대책과 사고 수습대책을 강화한다.
앞에서 든 마키 의원의 발언은 사고 당사자인 BP와 다른 세 유전개발회사들이 원유유출 사고에 대비해 세운 안전대책보고서에 대한 비판이다. 보고서엔 해마와 바다사자, 바다코끼리에 대한 완벽한 보호대책이 담겨 있다. 그러나 멕시코만엔 이들 바다동물이 살지 않는다. 그러니 진실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뿐이 아니다. 보고서 안에 들어있는 해양과학 전문가 피터 럿츠 박사는 이미 2005년에 사망한 마이애미대학 교수. 죽은 사람이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더 말할 가치조차 없다.
기업경영에서 도덕이란 부질없는 단어일 수 있다. BP의 경우 도를 넘었다. 사고 직후 처음에는 하루 1천 갤런이 샌다고 했다가 5천, 1만 갤런으로 올렸다. 그나마 처음엔 공개조차 거부했다.
그러나 해저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7만 갤런이 유출되고 있다고 전한다. 앞으로 10만 갤런으로 늘어날 가능성과 2년 동안 막지 못할 우려까지 제기됐다.
BP뿐 아니다. 이런 거대한 환경재앙 앞에서 미국은 터무니없이 차분하다. 허가과정에서 미국 관련당국 공무원들의 부패의혹도 제기됐지만 미국 법원도 이에 못지않다. 사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심해 석유 시추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깊이 500피트 이상의 바다에서 석유시추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뉴올리언스법원은 "심해석유 시추금지 조치는 부당하다“며 해제하라고 판결했다.
또 하나 서방언론의 행태도 위선적이다. 91년 걸프전(페르시아만 전쟁)이 터졌을 때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패퇴하면서 유정을 파괴했다. 그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었을 때 서방언론은 앞 다퉈 시커먼 기름에 범벅된 바닷새들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이라크의 부도덕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번엔? 월드컵 때문이라기엔 심하다. 너무 심하다.
인간의 소비행태가 이미 신의 영역을 침해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지진 안전지대라 여겨졌던 온타리오에서 진도 5.0 지진이 일어났다. 다음날엔 미들랜드 지역에 토네이도가 엄습해 온타리오 중북부 작은 도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유전과 지진이 무슨 관계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지진 안전지대에서까지 땅이 흔들리는 것은 파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파내 그 후유증 아닐까 걱정된다.
도덕과 안전대책만으로 인류의 미래가 보장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