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에 각별한 해다.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경부고속도로 완공 40주년, 광주항쟁 30주년, 북방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다. 망국-폐허-산업화-민주화-국경확대라는 그야말로 숨 가쁜 격동의 역사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해다. 이런 역동적인 역사는 세계사에 전례가 없다. 100년 만에 망국과 전쟁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올해는 국외적으로도 한국에 각별한 해다. 오랜 세월 세계의 변방으로 원조를 받아온 한국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또한 아프리카보다도 못 살던 나라가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이 된 해다. 이 또한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G20은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20개국이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이런 클럽의 멤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장국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한국은 이제 명실 공히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오늘(26일)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한국의 ‘중심국 신고’ 행사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토론토 방문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환영하는 것은 우선 이런 연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은 모국대통령으로는 다섯 번째이며 토론토 방문은 95년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을 찾은 모국대통령이 훌륭한 방문성과를 거두고 돌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한편 열심히 살아가는 한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환영이 아닐까 싶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기간 중 그를 만나는 사람들이 캐나다한인사회의 대표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극히 제한된 수의 한인들만 대면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개인 입장이 아니라 한인사회 차원에서 대통령을 만난다는 점을 인식,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고 모국에 보탬이 되는 제언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여러 제언 중에 한국인이민문제가 꼭 포함되었으면 한다. 캐나다로 이민하는 한국인은 근년 들어 급감, 작년에는 불과 383명이 정착했다. 이민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9,295명)에 비하면 4.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한인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모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한국은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인 만큼 진취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하면 모국이나 해외한인사회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가 있다.
브라질에 15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일본계 이민사회가 형성된 것은 일본정부의 특별 배려 덕이다. 일본정부는 70년대부터 브라질로 떠나는 자국민들에게 특별금융을 지원했고 현지 정착 후에도 해외협력재단을 통해 온갖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브라질계 이민자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적인 자원대국에 거대한 뿌리를 내리게 됐다. 한국정부가 캐나다를 정책이민의 모델로 삼는 문제를 고려해 보기 바란다.
복수국적(이중국적) 허용범위도 보다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몇 개월 전 해외우수인력과 외국국적을 가진 고령의 해외동포 등에게도 복수국적을 부여키로 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궁극적으론 전면허용 쪽으로 가야 한다. 국경 없는 글로벌시대에 복수국적제는 세계의 보편적 추세다.
이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도 보다 돈독해졌으면 한다. 지난 60년간 혈맹을 유지해온 양국관계는 근년 들어 다소 소원해진 감도 없지 않다. 지난 2003년 광우병 발생 이후 한국이 쇠고기 수입을 전면중단,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광우병문제로 발생한 무역분쟁을 WTO로 끌고 간 것은 두 나라가 처음이다. ‘특별동반자’ 관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쇠고기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농산품 수출입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양국 간 최대현안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WTO 분쟁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양국이 타협점을 찾으면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제는 한국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릴 때가 아닌가싶다.
이번 G8 정상회담에서는 ‘천안함’이 주요 현안 중 하나로 다뤄진다. 북한의 도발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제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적절한 응징조치가 내려져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