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말로만 나돌던 새로운 시니어단체가 탄생했다. 노스욕·쏜힐·리치먼드힐 등 주로 토론토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시니어 50여 명이 지난 13일 'GTA한캐노인회(가칭)'를 발족시켰다(15일자 A1면). 이들은 조만간 창립총회 준비에 착수, 빠르면 내달경 새 단체가 공식출범할 예정이다.
이날 임시회장으로 선출된 김성길씨는 “지난 10년간 노스욕의 센터포인트몰에서 주변인들과 만남을 가져온 게 단체 발족의 시초"라며 "지금 당장은 사무실도 없고 단체등록도 안 된 상태지만 우선 활발한 교류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시니어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토한인사회에 스포츠나 건강관련 시니어단체는 몇 군데 있지만 시니어 대표성을 내세우며 활동 중인 단체는 토론토한국노인회뿐이다. 내달경 ‘한캐노인회’가 출범하면 토론토한인사회에 ‘노인회’는 두 개가 되는 셈이다.
한캐노인회 발족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제2노인회’ 설립으로 한인사회가 분열될 우려가 있다는 측과 그간 기존의 노인회가 일을 제대로 못한 결과로 오히려 기회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다.
우리는 한인사회가 분열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캐노인회는 블루어 노인회 측과의 감투싸움이나 이권다툼으로 갈라져나간 단체가 아니라 단지 원거리에 불편을 느낀 어르신들이 필요에 의해 만든 자생적 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부지역의 쇼핑몰에서 10년이란 긴 세월을 ‘무주택자’로 보내다가 이제 ‘월셋방’ 하나 마련해보려는 그들의 소박한 꿈을 ‘분열’로 모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만약 대외적으로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한인회가 분열된다면 성토대상이 되겠지만 한캐노인회는 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부지부’ 필요성 자체는 노인회도 인정하고 있다.
한캐노인회 발족회원들이 한 달 전 노인회에 ‘노스욕지부’ 설치를 요청해놓은 상태에서 노인회의 최종답변을 기다리지도 않고 성급하게 새 단체를 만들었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현 회관의 증·개축과 이전문제를 놓고 몇 년째 고민 중인 노인회가 노스욕지부 설치 결정을 선뜻 내릴 처지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급한 판단’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본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노스욕지역에 시니어단체를 창설해야 한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고 본보도 이미 수차례 언급했다. 금년 초에는 일부 인사들이 ‘북부노인회’ 창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북부지역뿐만 아니라 미시사가나 마캄 등지로 확산될 날이 올 것이다. 일반한인들에 비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이 멀리 떨어진 블루어 회관보다는 인근의 회관을 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들에게 언제까지 하나의 회관 이용만을 내세워야 하는가.
‘제2노인회’니 ‘분열’이니 하는 말을 잠재우면서 광역토론토 어르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 노인회가 광역토론토 곳곳에 지부를 설치하는 길뿐이다. 37년 역사의 노인회가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인데 이렇게 한없이 지연된 것은 ‘내집 마련’에 중점을 둔 탓이라고 본다. 노인회관을 소유가 아닌 임차개념으로 전환한다면 앞으로 노인회의 운신 폭은 한결 넓어질 것이다. 향후 캠페인의 방향도 지부 설치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한인회는 가지보다 나무를 보라
토론토한인회는 명색이 토론토한인을 대표하는 봉사기관이다. 일반단체와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단체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다. 일하는 모습보다는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내부적으론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술 판매’다..
한인회장은 최근 어느 단체 골프대회가 끝난 후 한인회관에서 무허가로 맥주를 팔아 이사회로부터 지적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백경락 회장은 “사과하라면 사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사과해야 했다. 일반단체 사무실도 아닌 한인회관에서 위법행위를 했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지나칠 일이 아니다.
위법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일이 불거진 게 한인회장과 이사장 간의 갈등이 한 몫을 했다는 점이다. 갈등의 화근은 대통령간담회 초청명단에서 이사들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다. 집행부와 이사회는 카드결제와 수표 단독서명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집행부와 이사회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상호견제하는 것은 한인회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간담회 명단’ 같은 사안으로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한인회에는 당면과제가 산적해있다. 본연의 봉사업무를 강화하는 외에 자체 프로그램 확대, 재정력 향상, 2세 참여유도 등의 현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기에도 바쁜 판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나무’를 제쳐놓고 ‘가지’에만 정신이 팔려서야 되겠는가. 백 회장이 취임한 지도 1년이 다 돼간다.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