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실협이 광역토론토 외곽지역에 있는 기존 도매상 인수를 추진 중이다. 도매상 인수 건은 지난달 열린 실협 임시이사회에서 통과, 회원들의 마지막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만약 오는 17일 개최될 임시총회에서도 승인을 받는다면 실협은 기존의 3개 협동조합 매장을 포함, 총 4개의 도매상을 ‘부대사업체’로 두게 된다.
‘제4의 도매상’ 탄생이 실협회원들의 비즈니스가 크게 호전된 결과라면 그야말로 범커뮤니티적으로 축하하며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가 않다. 회원들의 비즈니스는 날로 힘들어지는데 또 하나의 한인도매상이 개업테이프를 끊으려 하는 것이다.
만약 제4의 도매상이 개업한다면 기존의 조합매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실협 집행부의 예상과는 달리 새 도매상이 초반부터 고전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 도매상 인수자금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실협 측은 현재 보유 중인 80만 달러 상당의 자금 중 일부를 전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자금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제4의 도매상이 번창한다면 이런 우려들이 모두 기우에 그치겠지만 현재의 도매업계 상황을 보면 결코 낙관적이 아니다.
하지만 도매상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인 강철중 실협회장 등 집행부 측의 생각은 다르다. 기존의 도매상을 인수하기 때문에 위험이 적을 뿐더러 협동조합 매장과는 많이 떨어져 있어 경쟁상대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협동조합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생존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모체인 실협과의 힘겨루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이젠 더 이상 도와줄 명분도 없어졌다”고 말한다. 부대사업체인 조합과의 결별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실협 집행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조합의 모바일점도 직접 운영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모바일매장 건물은 실협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주인이 직영하겠다는 것이다. ‘능력도 없고 문제만 양산하는’ 현재의 조합이사진에게 경영에 맡기느니 직접 나서는 게 오히려 실협회원들에게 덕이 된다는 것이다. 실협의 이런 구상이 조만간 현실화한다면 모바일매장 담보문제가 다시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조합은 모바일매장 건물 등을 담보로 200만 달러 정도의 운영자금을 빌려 쓰고 있는데 실협이 보증을 철회한다면 조합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협 집행부는 ◆2008년 조합 운영이사 선출 부정시비 건 ◆작년 은행잔고와 회계장부 52만 달러 차이 건 ◆작년 모바일점 16만 달러 도난 건 등 10여 건에 대해 조만간 법원과 온주 재무부에 특별감사 및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만약 실협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법원특감이 실시된다면 과연 조합은 무사할 것인가? 생각조차도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지만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참으로 우려되는 순간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된 것은 실협과 조합 측의 오랜 갈등과 반목 때문이다. 특히 양측은 지난 3월31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임시 조합주주총회를 동시에 개최, 2개의 운영이사회가 생겼고 그때부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실협회원들은 물론 일반한인들까지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우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지만 타협은커녕 오히려 대립수위가 높아졌을 뿐이다. 최근 실협이 GTA 지구협회장 6명을 제명하자 이들이 실협회장 ‘탄핵’으로 대응한 게 ‘맞불의 결정판’이다. 이런 식의 대립은 양측 간 감정만 악화시킬 뿐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만약 회장을 탄핵하려 한다면 현 정관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현 정관을 무시한 채 ‘새로운 정관’을 만들어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회원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뿐더러 법적 효력도 의문시 된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은 현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이제라도 회원들이 전면에 나서면 된다. 당장은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총회에 참석, 도매상 인수 건 등에 대한 찬반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제4의 도매상이 실협의 장기적인 발전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저지시키면 된다. 어느 경우라도 표로 말해야 한다. 찬성파, 반대파 따로 모여 임시총회를 열 게 아니라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만약 이 정도도 제대로 못 해낸다면 “한인들은 도매상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