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한국노인회는 자생할 수 없는가? 37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가 아직도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인회의 구조적 문제 탓인가, 아니면 한인사회의 관심 부족 탓인가? 한인사회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할 어르신들을 언제까지 모금운동 일선에서 뛰게 해야 하는가? 노인회가 금년에도 예외 없이 모금행사를 벌인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 없다.
노인회는 다음달 25일 크리스티공원에서 24회 워커톤을 열기로 확정했다. 37년 역사 중에 24년째 모금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모금운동의 당위성과 절박성이 있다면 24년이 아니라 100년을 벌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과연 워커톤은 그런 행사인가.
본보는 4년 전 이맘때 본란을 통해 워커톤에 대한 견해를 이미 밝힌 바 있다. ‘노인회, 자생의 길을 걸어야’라는 제목의 글 중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노인회는 휴식·오락·친목을 위해 이 넓은 천지에 블루어 한 구석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벗어나야 할 고정관념이다. 노인회는 한인사회에서 매년 모금운동을 펼쳐왔다. 지난 2002년엔 회관의 보수기금으로 무려 15만 달러나 모았다. 오랜 세월 한인사회가 모금으로 예우했다면 이젠 노인회가 과감히 자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4년 전 ‘구문’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생각이 변함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변함없다기보다는 더욱 절실해지는 느낌이다. 노인회가 다운타운 한 곳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본보만의 주장이 아니라 다수 한인들의 의견이라고 본다. 특히 당사자격인 어르신들 중에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북부토론토에 기반을 둔 GTA한캐노인회가 출범한 이유다. 그럼에도 노인회는 아직도 다운타운 한 곳에만 집착하는 인상이다.
물론 노인회는 한인 밀집지역인 노스욕에 지부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하지만 며칠 전 공표한 올 워커톤 취지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블루어 회관의 휠체어 진입로와 소형 엘리베이터 등을 신설하는데 상당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올 모금액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 등 시설 업그레이드 비용에 못 미친다면 그간 회관기금으로 적립해온 35만 달러에서 전용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회는 지난 86년 현 회관을 22만 달러에 구입했다. 만약 이번 개보수 공사비가 20만 달러를 넘게 된다면 건물매입비만한 액수를 회관에 투입하는 격이다. 일각에서는 공사비를 5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럴 경우 집 한 채 짓는 돈을 건물 업그레이드에 쏟아 붓는다는 얘기다. 거액을 투자해 건물가치가 덩달아 상승한다면 그렇게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낡은 개인주택을 노인회 실정에 맞게 개조한 현 회관은 시세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회관이 개인소유라면 이런 상식에 벗어난 투자를 할 사람이 있을까.
노인회 역사는 모금의 역사다. 8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매년 범한인사회 차원으로 거행된 워커톤 모금액의 상당액은 회관 개보수에 사용됐다. 아마 지난 20년간 회관에 들어간 돈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20만 달러 상당의 ‘내 집 유지비’가 이렇게 비싸도 되는가. 이 큰돈을 지부 임차에 투자했다면 광역토론토 2~3곳에 이미 지부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매년 모금운동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부모격인 노인회원들을 블루어회관의 열악한 환경 속에 계속 머물게 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보다 많은 회원들에게 공간적으로 여유 있는 회관 이용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지부 설치가 시급한 이유다.
노인회는 일부 어르신들을 위해 세무보고 대행과 연금 신청 및 다양한 교양강좌를 운영 중이다. 회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회관이 다운타운 한 곳에만 있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다. 만약 블루어 노인회가 이런 일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면 다른 시니어단체라도 맡아야 한다. 단체란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여러 개의 단체가 감투욕을 버리고 선의 경쟁한다면 다다익선이 될 수도 있다.
노인회는 금년에도 워커톤을 열기로 한 이상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그러나 모금운동은 지부 설치에 중점을 둬야 하며 갓 탄생한 한캐노인회나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조직될 여러 노인회 지원에 사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