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39년 전 오늘 창간됐을 때 태어난 아기는 이제 불혹(40)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때 중학생들은 50대 중년이다. 한인사회가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것은 본보의 나이테가 웅변해준다.
성숙한 이민사회라면, 특히 교육열이 어느 민족보다도 유별나다는 사회라면 벌써 이 나라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을 대거 배출했어야 하지 않을까. 캐나다학계가 주목하는 과학자, 의료계를 빛낸 전문의, 유명 법률회사에서 이름을 날리는 변호사, 존경받는 검사 정도는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고 인물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지식시대에 출세하려면 공부는 기본이다. 그것도 대충 공부해 대학졸업장만 따면 되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런 학습열을 바탕으로 사회봉사도 하고 친교도 하고 서클활동도 해야 한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회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수시로 한국교육 예찬론을 펴지만 막상 한국에서는 교육망국론이 쏟아질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의 예찬은 한국교육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일부만 보고 긍정 평가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때문에 미국대통령이 한국교육을 예찬했다고 한국인들이 우쭐해선 안 된다.
이곳 한인들도 ‘우리식 교육법과 교육열이 최고’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인들만 교육열이 높은 게 아니라 다른 민족들도 극성이다. 기러기가족은 한국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인과 일본, 멕시코, 브라질 등 다른 민족들에게도 많다. 굳이 미국의 명문대까지 갈 필요 없이 토론토의 대학가만 둘러봐도 민족들이 얼마나 자녀교육에 정성을 쏟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 어떤 사람으로 자라느냐 하는 것은 교육에 달려있다. 사람은 자라서 그저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사뭇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 어떤 사람은 세계적인 예술가, 위대한 사상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걷기도 한다. 마치 어린 나무를 기후와 토질이 좋은 곳에서 충분한 자양분을 공급해주면서 정성 어린 손길로 길렀을 때 큰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훌륭한 인물로 만들려면 우선 부모가 남다른 정성을 쏟아야 한다. 빌 게이츠나 오바마가 대성한 것은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덕이다. 게이츠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은행가 딸인 어머니로부터 창의적인 연구태도를 배웠다. 그의 부모는 항상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습성이 몸에 밴 지식인이다.
오바마가 대학시절 공부벌레로 지낸 것은 어머니 가르침 때문이다. 소에토로 여사는 아들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 타계했지만 자녀교육열은 대단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할 당시 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아들을 매일 새벽 4시에 깨워 영어공부를 시켰다. 한국만 교육열기가 뜨거운 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이나 동남아의 후진국도 뜨겁다.
이 땅의 한인부모들은 어떤가. 자녀들을 어릴 적부터 학원에 보내고 과외활동을 시키는 등 열성을 보인다. 하지만 대학에 보낸 뒤엔 대부분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에 보냈다고 부모의무를 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기본에 지나지 않는다. 실은 이때부터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학문세계에 빠져들게 자녀 곁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TV나 인터넷의 한국연속극에 빠지거나 자기 건강만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부모들에게서 자녀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또한 사회에 진출한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인데 우리의 2세들은 학계, 법조계, 정계, 경제계에서 얼마나 든든한 연줄을 갖고 있는가. 연줄은커녕 코리언 롤모델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인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면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역환경이나 학교, 가정교육에 모두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영어를 좀 잘한다고, 수학은 문제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잘해도 아주 철저하게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곳에 와서도 한국과 같은 교육환경을 만든다면 교육 때문에 이민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숫자만 많다고 이민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식사회에서는 교육에서 판가름이 난다. 머리가 있어야 노동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면 현상유지하느냐는 교육에 달려있다. 대입교육이 아니라 인물을 양성하는 치열한 교육이다.
본보는 이런 과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푸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지난 39년간 변함없는 성원과 질책을 보내준 모든 독자들과 광고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