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s22222.jpg김학준(55) 사장은 1981년 캘거리에서 스물여섯 살 청년으로 레스토랑에 입문해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30년간 무역, 소매유통,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사업체가 그의 손을 거쳐 갔지만 레스토랑은 언제나 비즈니스의 핵심이자 버팀목이었다.

1996년 거점을 토론토로 옮긴 그는 70년 전통 브랜드 ‘프랜스 레스토랑’을 인수해 6개 영업점을 거느린 체인레스토랑으로 키워냈다. 지금도 그는 더 큰 꿈을 향해 뛴다. 김 사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알아본다.

70년 전통브랜드를 내 품에

2001년 1월은 김학준 사장에게 분수령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스(Fran's)’를 운영하는 창업자 자녀들이 김 사장을 찾아왔다. 맡아 달라 통사정했다. 조건도 간단했다. 그냥 은행빚 180만 달러만 떠안으면 된다는 것.

김 사장은 비즈니스에서 치밀한 계산보다는 감(感)을 중시한다. 지금까지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종류의 사업에 손대봤다. 그때마다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믿었다.

프랜스는 토론토에서 손꼽히는 전통브랜드. 1940년에 출범해 40~50대 이상 토박이 토론토니언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한다. 바로 이 점이 마음을 끌었다. 길게 망설이지 않았다. 결단을 내린 후 변호사에게 인수작업을 맡기고 집안일 때문에 한국으로 날아갔다.

2001년 1월. 막상 뛰어들고 보니 첩첩산중. 6개 지점 가운데 김 사장이 운영하던 다운타운 칼리지(College St.)점을 제외한 창업자가족 직영 지점 5개 모두 영업을 일시중단한 상태였다. 식자재 수급, 인테리어, 인력관리, 건물주와 계약 등등 무엇 하나 성한 게 없었다.

모르고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실제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났다. 모든 영업점 문을 일시에 닫고 말았다. 복잡한데다 결과도 불투명한 일에 매달려 시간과 돈, 힘을 쏟을 바에야 차라리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속 편할 것 같아서였다.

토론토 70년 전통 프랜스 레스토랑은 이렇게 김 사장 품에서 다시 태어났다. 사실 김 사장이 프랜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보다 4년 앞선 1996년. 프랜스 창업자 아들딸들이 김 사장을 영입했다.

김 사장은 당시 캘거리에서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토론토로 자리를 옮겨 변신을 모색 중이었다. 창업자 일가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 레스토랑 이름의 주인인 프랜 덱(Fran Deck)이 1940년 창업해 37년간 운영하다 1977년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1남2녀가 지점을 나눠서 직영하고 있었다.

사업을 확장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힘이 부쳐 결국 전문경영인을 구하던 참이었다. 이들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캘거리의 레스토랑 경영귀재 ‘준 킴(Jun Kim)’이 토론토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CRA(Canada Restaurant Association)에 관여하며 경영조언을 해준 게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 있었던 것 같다고 김 사장이 부연했다.

제안을 받고 김 사장은 한동안 고민했다. 경기에 특히 민감한 레스토랑업종인지라 다시 발 담그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승부사로서의 본능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지점 중 하나인 칼리지(College St.)점과 건물을 김 사장 명의로 직접 인수해 운영하는 조건으로 전문경영인직을 수락했다.

오래가진 못했다. 1년쯤 해보니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다. 철학과 가치관의 차이였다. 본부경영에선 손 떼고 칼리지점 운영에만 전념했다. 그러다가 2년 후인 2000년 레스토랑 본부가 경영위기에 빠지자 김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서서 아예 통째로 인수하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은 뿌리 깊은 전통 브랜드 하나만 달랑 믿고 새 출발했다. 그리고 1~2년 만에 한 곳씩 레스토랑을 새로 만들어 마침내 9년 만에 6개 지점체제를 복원했다.


몸으로 익힌 성공비결

토론토 다운타운, 사람과 차들이 뒤엉켜 북적이는 곳, 영과 프론트(Yongs/Front) 사이 동북쪽 코너 고색완연한 빌딩 1층에 레스토랑 하나가 산뜻하게 돋보인다.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뤄 세련미가 흘렀다. 빨간 네온 글씨 ‘Fran's Restaurant'는 대낮인데도 저 홀로 반짝였다.

실내도 온통 희고 검은 세상이었다. 까만 유니폼 곱게 차려입은 아주 예쁜 안내직원이 ‘President Kim’을 만나러 왔다니 잠시 기다리라며 안으로 총총 사라졌다. 곧 이어 역시 하얀 드레스셔츠에 소매를 걷어붙인 김학준 사장이 나타났다.

김 사장은 만나서 얘기나 하자고 하더니 무슨 인터뷰냐며 손사래를 쳤다. 대뜸 물었다.

“이번 레스토랑이 몇 번째죠?”

“셀 수도 없어요. 수십 번째라....”

최근 8월18일 문을 연 프론트점은 프랜스의 6번째 지점이다. 김 사장은 이 질문을 지금까지 운영해본 식당이 몇 개냐는 것으로 잘못 들었던 것. 그는 30년 전 캘거리에서 레스토랑사업에 뛰어든 이후 실제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를 경험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크고 작은 부침(浮沈)도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실패는 없었다. 운도 따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는 실패하지 않는 법을 안다. 몸으로 익혔고 실전에서 성과를 거뒀고 또 끊임없이 고쳐나간다.

김 사장이 전하는 성공비결.

첫째, 레스토랑 한 개를 운영할 땐 특별한 지식이 필요 없다. 무조건 뛰어라. 땀은 정직하다. 흘린 땀만큼 돌아온다.

둘째, 세 개를 운영할 때도 무조건 뛰면 된다고? 천만에. 마구잡이로 뛰어봐야 힘만 든다. 효율적으로 뛰어야 한다. 특히 시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전문 경영지식에 눈을 떠야 한다. 공부밖에 없다.

셋째, 레스토랑 다섯 개가 되면 주먹구구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문 경영지식이 없으면 무조건 망한다. 이미 비즈니스 단위가 2개를 넘어서면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인력관리. 다들 인력관리가 어렵다 한다. 그러나 가장 쉽다. 내 욕심과 인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있다. 돈을 다른 업체보다 넉넉하게 줘 바라. 유능한 인재 몰리고 말도 잘 듣고 일도 더 열심히 한다. 다른 곳으로 가라해도 안 간다. 적게 주고 일 최대한 시키면서 말도 잘 듣고 게다가 유능하기까지 바란다면?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경영자 자신도 불행해진다.
(조영권 편집국장)